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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MB 경찰, ‘민간 사이버 요원’ 운용 계획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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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미공개 문건 확인

이재정 의원 폭로…2012년 대선 앞두고 보수단체 회원 선발

수사 접근성 떨어지는 비공개 커뮤니티·오프라인 활동 추진

경찰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간인 ‘사이버 요원’을 선발해 인터넷 여론 대응에 나서는 구체적 활동 계획을 마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이들을 통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활동까지 계획했다. 또 경찰이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등을 ‘종북 성향자 활동 게시판’으로 규정하고 대응 방안을 짠 사실도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의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운영 계획(비공개)’ 문건을 보면 경찰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 보수단체 회원들을 민간인 요원으로 비밀리에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찰청 보안국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사이버 공간은 종북·좌파단체 사이트뿐만 아니라 게임, 단문통신, 포털 서비스,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형태로 광범위하게 안보 위해 요소가 유포되고 있다”며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을 선발해 ‘안보 위해세력의 사이버 활동을 색출’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 문건에서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한 보수단체와 우선 접촉해 운영진으로부터 추천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고, 같은 해 3월까지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짰다. 보안2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요원을 선발하고, 19대 총선이 열리는 4월 초에는 ‘신고요원’을 위촉해 ‘사이버 안보 동반자 발대식’까지 열 계획이었다.

선발된 민간요원의 활동 범위로는 ‘수사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일상생활 커뮤니티 등’이 거론됐다. 요원의 활동 역량이 강화되면 오프라인 활동까지 추진한다는 운영 계획도 문건에 담겼다.

경찰은 모든 선발 과정을 비밀리에 추진하기로 했다. 문건은 “사법기관에서 여론 검열 등 표현의 자유 제한 등 시비 방지를 위해 (선발은) 비공개로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경찰 스스로도 민간인까지 동원해 여론 대응에 나서는 것이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11년 4월 작성한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 정보 대응 방안’ 문건에서도 보수단체 회원 7만여명의 동원이 필요하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작성된 이번 문건에서는 경찰이 한발 더 나아가 민간인 요원 선발 및 운용 계획 등 구체적인 실행지침을 짠 것이다.

민간인을 동원한 여론조작 정황을 뒷받침하는 경찰 내부 문건이 잇따라 드러난 만큼 이 문건들의 작성에 관여한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안국의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당시 작성된 내부 문건들을 확인했지만 보수단체 동원 계획이 실제 집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향후 특별수사단이 실제 행동으로 옮겼는지 여부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은 이날 경찰청 보안2과가 2011년 작성한 ‘사이버 보안 활동 종합 분석 및 대책’이란 제목의 또 다른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경찰은 “사이버 공간에서 ‘레드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며 다음 아고라와 디시인사이드, 서프라이즈 등 국내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종북 성향자 활동 토론 게시판’으로 꼽았다.

이 문건에서 경찰은 “보수단체 구성원들과 유대관계 강화 및 종북성 사이버 공간에 대한 게시물 작성, 댓글 활동 등을 통해 종북 성향을 희석”한다는 구체적인 ‘대책 방안’을 제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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