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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미투]성폭력 당한 대학생·대학원생, 90%가 신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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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안될 것 같아” 42%

피해 경험 있는 학생 17% 학업·과제에 집중 못해

대학생활 중 학생이나 교수·강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90% 이상이 이를 학교 측에는 알리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조현각 미시간주립대 교수(사회복지학) 연구팀이 2016년 시행한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학생과 대학원생 1944명 가운데 ‘대학생활 동안 성희롱을 한 번이라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59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7.3%였다.

또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폭력을 한 번이라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59명(8.2%)이었다. 이 조사는 서울 소재 6개 대학의 학부·대학원생을 상대로 2016년 10~12월 온라인상에서 이뤄졌다.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 중 20%는 ‘두려움과 안전에 대한 걱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업·과제·시험 등에 집중할 수 없다(17%)거나, 일상생활에서 무기력과 절망감에 시달린다(16%)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피해 때문에 대학 내 프로그램·기관·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92%는 ‘없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2%·복수응답), ‘창피하고 수치스러워서’(42%), ‘비밀보장이 안될까봐’(37%)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학 입학 후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46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술에 취한 사람이 성관계로 짐작되는 일을 하러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212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멈추기 위해 개입했다고 답한 사람은 18명에 그쳤다. 다른 형태로 행동을 취하거나(25명),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6명)는 응답도 많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엄명용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피해 사실에 대한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신고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낙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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