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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대다수 ‘나홀로 일’, 돌봄노동자 조직화해야 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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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값진 돌봄 값싼 대우 (하) 돌봄노동도 돌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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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참여연대 등 관련 24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보육 현장의 인권과 노동권, 공공성을 추구하는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란 이름의 연합체를 결성해,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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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필수적인 것 중 하나는 돌봄노동자들의 조직화다.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바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때 돌봄노동의 가치도 효과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에서 ‘협회’ 형태로 있던 돌봄노동자들의 조직이 노동조합으로 전환되면서 임금 수준이 향상됐다는 연구가 있다. 한국에서도 2008년 결성된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 방과후돌봄지회가 경기도교육청과의 협상을 통해 2010년 무기계약직 전환, 명절 상여금, 복지 포인트 등의 혜택을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돌봄노동자들의 조직화율은 한 자릿수 수준에 그친다. 한국요양보호사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등 각종 단체들이 있지만, 포괄 범위가 제한적이다. 경력 단절이나 구조화된 성별 임금 격차 같은 문제에다, 개별적으로 고립돼 일하는 돌봄노동의 특성이 조직화를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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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는 전체 36만여명 가운데 30만여명이 서비스 이용자의 집으로 찾아가 일한다. 이들은 같은 기관에 속해 있어도 서로를 모른다. 류임량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이 2016년 작성한 ‘젠더 관점에서 본 재가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을 보면, 요양보호사들은 매일 돌봄노동 과정에서 정서적, 육체적 어려움을 느끼지만, 같이 이야기하며 고민을 나눌 선배 요양보호사나 동료가 곁에 없다. 요양병원 같은 시설은 번갈아 밤을 새우고, 노동시간이 길며, 상태가 더 안 좋은 노인을 돌봐야 하는데도 재가에서 시설로 이직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조건이 중요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류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가 설립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는 요양보호사 조직화에 긍정적 구실을 한다. 이곳에서는 요양보호사에게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교육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노동상담도 하고 지역별 모임도 주선한다. 서울 동대문 지역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ㄱ씨는 최근 지역모임에서 “센터(지역 내 요양보호사 파견 회사)들이 시급을 모두 동일액으로 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임금을 담합하는 것 같다. 노동조합이 생기면 가입하지 말라는 센터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경우 한국보육교사회에서 시작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만 11년째 활동 중이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최근 참여연대 등 관련 단체들과 함께 보육 현장의 인권과 노동권, 공공성을 추구하는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란 연합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김호연 보육협의회 전 의장은 “각 돌봄 직종마다 정부가 지급하는 처우개선비가 있는데, 모두 고용주를 거쳐 지급되다가 사회복지사부터 당사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식으로 바뀌었다”며 “조직화를 통해 싸운 결과”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나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는 여전히 고용주를 통해 간접지급되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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