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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꿈보다 해몽…진로적성검사도 ‘결과’보다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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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진로적성검사 잘 받는 법

서울 ㄷ고등학교 1학년 이아무개군은 최근 진로 적성 검사를 해보았다.

H형(홀랜드형) 직업 흥미 검사에서 이군은 A형(예술형)으로 나왔다. 예술성, 창의성, 감수성, 직관, 표현 능력 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한데 K형(쿠더형) 직업 흥미 검사에서는 공학 분야와 전산·정보통신 분야 점수가 높았고 예술 분야는 보통 수준이었다. 이군의 직업 가치관 검사 결과에는 적성에 맞는 직업에 조각가, 화가, 제품 디자이너 등이 들어 있다. 그러나 국악인, 펀드매니저,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문계 중등교사, 직업군인, 기자, 성직자 등도 추천 직업에 있다.

“홀랜드형은 A형(예술형), S형(사회형), E형(기업형) 등 6개 유형으로 구분한다. 쿠더형은 과학, 공학, 경영, 언론, 예술, 전산·정보통신 등 16개로 나눈다. 한데 둘은 검사 문항과 시간 등 일부 차이가 있다. 그날 수학·과학 수업에서 흥미를 느꼈던 내용이 있었다면 공학 분야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교육센터 김나라 전문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하면서 “진로 적성 검사 결과표에 드러나지 않는 게 존재할 수 있다. 적성 검사 결과에 따라 무조건 이런 직업을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 관련 검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진로 적성 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대개 결과표를 받아보는 데 그친다. 어떤 직업 점수가 높으면 관련 학과로 진학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끝난다. 흥미를 느끼는 직업과 적성에 차이가 난다면 의문만 가질 뿐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보지 않는다. 이래서는 효과적인 진로·진학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진로적성검사 결과지만 본 뒤
“꼭 이 진로 선택” 생각해선 안돼
학생 처한 다양한 상황·성향 따라
치밀한 분석과 해석이 중요
흥미·적성 등은 경험에 따라 바뀌니
주기적 검사, 학부모 동시 상담 필요


한겨레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3회 꿈 찾고(Go) 행복 잡(Job)는 2015 마포진로박람회’를 찾은 중학생들이 직업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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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러 가지 검사를 종합적으로

이채욱 윤선생영어교실 스마트연구본부장은 “진로 또는 적성과 관련한 검사는 여러 개지만 최소한 직업 가치관 검사, 적성 검사, 직업 흥미 검사 3개는 받아야 한다”며 “3가지 다 검사하는 데 1시간 정도면 된다”고 말했다. 적성 검사는 어떤 능력·자질이 있는지, 직업 흥미 검사는 어떤 직업에 관심이 있는지 살핀다. 직업 가치관 검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원하는지, 자율적인 직업을 원하는지, 사회적 인정을 원하는지 등을 검사한다. 기관별로 진로 성숙도 검사 등 별개 검사들이 있다. 직업 흥미 검사도 K형과 H형으로 나뉜다.

커리어넷(www.career.go.kr)이나 워크넷(www.work.go.kr)은 공공기관이 운영해 무료다. 민간기관은 유료지만 검사 1개당 대개 몇만원 수준이다. 이 본부장은 “학원비로 한 달에 수십만원씩 쓰면서 아이 미래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일에 돈을 아끼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간과 돈을 들였다면 중요한 게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때로는 검사 결과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 2. 검사 결과를 놓고 상담을 받아보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상호 연구위원은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진로 적성 검사도 결과 해석이 중요하다”며 “검사 결과 본인이 어떤 유형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이걸 곧바로 특정 직업·학과와 연관지어 결론을 내리면 오류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커리어넷이나 워크넷 등에서 온라인으로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을 신청하거나 학교에서 진로 적성 검사를 받은 뒤 진로진학교사를 찾아가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을 받는 게 좋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jinhak.or.kr)에서 오프라인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단 현재 관련 기관의 인력·시설의 한계로 상담을 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 3. 학부모까지 함께 가는 게 좋다

자녀가 들고 온 검사 결과는 훑어보고 끝내지 말고 학부모가 학생과 함께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중요한 게 부모들의 태도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직업 기대와 아이의 흥미·적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녀를 의사로 키우고 싶은데 적성은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나왔다고 실망하거나 아이를 다그치면 안 된다.

심리검사 전문기관인 한국가이던스 이미나 교육팀장은 “부모의 기대와 아이의 직업 적성이 다를 경우 실망하는 부모들이 있다”며 “그러나 자녀의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게 제일 좋다. 또 검사 결과대로 반드시 그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능력 계발과 동기 부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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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2017 마포진로박람회’에서 중학생들이 외과의사 체험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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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적성과 흥미가 다르다면?

가장 고민이 되는 게 적성과 흥미가 다른 경우다. 김나라 전문연구원은 “검사 결과 어떤 게 부족하다고 해서 그 방면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잘 갖춘 역량은 더욱 계발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며 “건강 검진 결과표에 ‘운동 필요’라고 적혀 있다면 운동하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미나 교육팀장은 진로 유형이 경험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는 고등학교 때는 음악을 해서 A형(예술형)이 1번, S형(사회형)이 2번이었다. 한데 유명한 심리학자 인터뷰를 읽고 흥미가 생겨 심리학을 전공했다. 직장 다닌 뒤에는 사회형이 1번이고 꼼꼼한 성격인 관습형이 2번이 됐다. 따라서 진로 적성 검사는 학기 초마다 받는 게 바람직하다. 어떤 학생이 예술형인데 적성은 의사로 나올 수 있다. 창조적·진취적 예술형이 의사를 하면 새로운 의료 분야를 개척할 것이다.”

■ 5. 직업에 대한 오해를 깨라

기자가 취재원을 만나 학과 관련 얘기가 나오면 자주 듣는 게 “신문방송학과 졸업했느냐?”는 질문이다. 언론사 기자면 대다수 사람들이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줄 안다. 그러나 실제 언론사 채용시험에서는 취재 능력과 작문·논술 실력을 중시한다. 학과는 거의 고려하지 않으며 실제 국내 언론사 기자 가운데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도 많다.

인기 폭발한 티브이 드라마 주인공 직업에 따라 다음해 관련 학과 입학 경쟁률이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직업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현상은 각종 진로·직업 박람회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화려하게 소개하는 직업 관련 퍼포먼스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린다.

같은 법률 분야여도 판사, 검사, 변호사의 직무는 다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직업 특성도 바뀐다. 미용 분야만 해도 옛날에는 머리만 잘 만져주면 됐지만 이젠 고객서비스를 잘해야 한다. 김상호 연구위원은 “진로·직업 박람회에 가면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어떤 직업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항공 승무원은 직업 특성상 신장·시력 등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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