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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정의용 만난 시진핑 “한반도 얼음 녹아 꽃피는 봄날 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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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의용 실장과 35분간 접견

“한국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큰 진전

북미 대화 이뤄지게 돼 기쁘다”

양회 도중 외교 일정은 이례적

한반도 정세 비상한 관심 방증

정의용, ‘중국 패싱’ 논란 의식

“중국 크게 기여…고맙게 생각”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북-미 간에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평가한다”며 한국의 역할과 최근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환영했다.

12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정 실장은 중국의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4시간 넘게 면담 및 오찬을 한 데 이어 오후 5시(현지시각)부터 35분간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접견해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청와대 및 중국 쪽 발표를 보면, 시 주석은 정 특사에게 “남북 정상회담과 조(북)-미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지지의 뜻을 밝히는 한편,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풀이 난다. 각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의 근본 목표에 집중한다면, 조선 (한)반도도 두꺼운 얼음이 녹아 꽃 피는 봄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시 주석에게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 측의, (특히) 시진핑 주석의 각별한 지도력 덕분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생각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북핵 문제의 근원은 북-미 갈등’ ‘남북한 문제는 당사자 간 주도적 해결’ 등 중국이 그동안 천명해온 원칙들을 언급하며 “(중국이)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의 발언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이나 패싱’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적극 참여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 과정에서 북-중 경협은 파탄이 났다.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5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했을 만큼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미국과 먼저 접촉한 북한이 미얀마·베트남처럼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거란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중국의 노력을 특별히 강조한 것은 중국 쪽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도 국내 정치의 최대 행사로 외교 일정이 사실상 중단되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이 직접 정 실장을 만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2기’ 인선 등 주요 현안이 여전히 심의 중이고, 시 주석도 날마다 각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시간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11일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한 개헌안 표결이 통과된 바로 다음날이어서, 국내 여론의 동향에도 관심이 비상하게 모인 때였다.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국면을 지켜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 쪽의 대우에서 눈에 띈 것은 ‘특사’라는 호칭이었다. 시 주석은 정 실장을 “특사 선생”이라고 불렀고, 앞서 낮에 면담한 양제츠 위원도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라고 했다. 이날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도 ‘한국 대통령 특사 정의용’이라고 칭했다. 정 실장의 방중은 대통령을 대신한 특사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와 주중대사관의 설명이지만, 중국 쪽이 특사 수준의 예우를 했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날 면담의 좌석 배치는 지난해 5월 이해찬 특사 때와 마찬가지로 시 주석이 ‘상석’에 앉고 정 실장이 ‘보고자’ 자리에 앉는 모양새가 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성연철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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