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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강아지 공장이 문제견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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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동물행동의학 국내 1호 박사 신윤주씨

“대다수 반려견 ‘강아지 공장' 출신

출산 뒤 어미와 격리돼 매장으로

나와 함께사는 동물 먼저 알아야”



한겨레

국내 첫 동물행동의학 박사 신윤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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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말을 못 하는 동물의 행동을 수의학적으로 분석해 치료하고 행동 교정을 끌어내는 ‘동물행동의학’을 연구한, 국내 1호 박사가 지난달 탄생했다. 서울대 수의학과 야생동물센터 진료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신윤주(32)씨다.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강의하고 있고, 지도교수와 함께 쓴 ‘우리 집에 냥이가 들어왔어요’(서울대출판사), ‘우리 멍이가 사춘기에요’(가제) 책도 이달과 다음 달 중에 각각 나온다.

신씨가 대학원에서 주목한 연구는 반려동물의 사회성과 스트레스의 관계, 분리불안의 완화법, 드라이어기와 펫드라이룸(동물의 털을 말릴 수 있도록 만든 건조방)의 스트레스 정도 차이 등이다. 대학원 졸업할 때 3편의 논문을 묶어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사회성이 높은 개들이 사회성이 낮은 개들보다 낯선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또 반려견이 혼자 있을 때 보호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보호자의 체취가 묻어있는 옷을 곁에 두었을 때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지 않는는 것을 확인했다. 펫드라이어룸과 드라이어기를 사용할 때 반려견이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비슷했다.

“사회성이 높다는 건 낯선 환경에서도 불안해하거나 위축되지 않는 거예요. 그건 사회화 기간인 3~12주 사이에 다양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고요. 그만큼 사회화 훈련이 중요하다는 근거가 되죠. 또 강아지를 혼자 두고 나갈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거나 냄새를 맡으면 더 스트레스받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요.”

동물행동의학 전문가는 짖고 물어뜯고 회피하는 등 동물의 행동을 이해한 뒤 심할 경우 약물 처방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교정할 수 있도록 대안을 일러준다. 그래서 훈련사와 비슷한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훈련사와 다른 점은 질병 여부를 확인하고 약물치료를 할 수 있는 점이다. 여태껏 국내에는 동물행동의학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독일에서 공부했거나 미국에 거주 중인 수의사 단 두 명만 있었다.

“산책할 때 방방 뛰면서 사람 옷을 뜯는 리트리버가 있었어요. 생후 10개월인 몸무게가 45㎏이나 나가는 개였는데 보니까 고관절 탈구가 있던 거죠. 그 나이면 체중이 30㎏여야 하는데 너무 성장 속도가 빨랐던 거에요. 또 산책을 하루 3~4시간씩 너무 많이 하고 있었어요. 치료하고 산책을 줄이도록 하니 같이 살기 좋은 개가 됐어요.”

한겨레

새끼 강아지가 풀밭에 앉아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동물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동물 복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개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를 때리고 유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행동도 상황에 따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을 상대한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한다.

“인형을 물어뜯을 때도 여러 이유가 있어요. 심심해서, 화가 나서, 기분이 좋아서 다 해당해요. 그때 당시 상황을 설명 듣거나 영상을 보거나 직접 개를 만나보면 감이 와요.”

신씨는 국내 문제견의 탄생 이유를 ‘강아지 공장’으로 꼽았다. 국내 대부분의 반려견이 강아지 공장 출신인데, 개들은 태어나자마자 경매에 부쳐 단독으로 매장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엄마나 형제 관계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3~8주에는 다른 개들을 통해 동물의 생활을 배우고 8~12주에는 보호자와의 교감을 통해 인간생활을 배워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봐요. 그런데 대부분의 개가 8주 이전에는 배우는 게 없죠. 제가 키우는 두리(수컷 믹스견)는 8주까지 어미랑 형제랑 같이 살았어요. 데리고 와서는 더 신경 썼죠. 천둥 칠 때 놀라지 않도록 천둥소리를 틀어놓고 놀아줬더니 천둥이 쳐도 아무렇지 않아요. 천둥소리를 즐거운 거라고 기억하기 때문이죠.”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봤다.

“심심하지 않도록 놀거리를 많이 만들어주고 오는 거예요. 저는 다양한 간식을 집 안 구석구석에 숨겨둬요. 찾기 어렵게 할수록 좋아요. 한참을 간식을 찾아다니다 보면 피곤해서 잠이 드는데, 자고 나면 제가 퇴근해 집에 가니 산책하고 다시 자는 거죠.”

어떤 보호자는 반려견이 말썽을 부리면 괜히 내 탓인 것만 같다. 반려견이 보호자의 성격을 닮는다고 하는 말은 진실일까. 신씨는 ‘거짓’에 가깝다고 했다.

“저도 두 마리를 키워봤는데 두 마리가 성격이 다 달랐어요. 보호자랑 개가 닮는다는 말을 하면 개가 말을 안 들을 때 보호자는 자책하게 되잖아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개체별로 다 다른 것 같아요.”

실제로 신씨가 본 사례 중에, 부모 2마리와 새끼 3마리 등 5마리가 함께 사는데 아빠 개와 아들 개만 분리불안이 심한 집도 있었다고 한다.

신씨는 수의학뿐 아니라 동물행동학 자체에도 관심이 많다. 개와 동물들을 더 알고 싶고 잘해주고 싶다. 이들과 인간의 관계가 늘 궁금하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동물과 함께할 때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나와 함께 사는 동물이 누구인지는 알고 키웠으면 좋겠어요. 야생이 아닌 집에 사는 앵무새는 깃이랑 부리 관리를 따로 해줘야 하는데 안 해주면 부리로 자기 몸을 찌를 수도 있어요. 고슴도치는 혼자 지내야 하고 토끼는 2~3마리가 함께 사는 게 좋아요. 개·고양이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을 키우는데 각각 어떤 환경에서 자라야 하는지 알아가길 바랍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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