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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왜냐면] 이재용 부회장께 / 채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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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1년 가까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가 자유를 얻었으니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또한 잘 아실 겁니다.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누리고 있는 자유는 매우 불확실한 자유입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은 지금 매우 책임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하며,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 부회장의 책임을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삼성전자 등기임원을 사임하기 바랍니다.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으나, 구속이 되면서 진작 삼성전자 임원을 사임했어야 했습니다. 재벌 일가에게 등기임원을 하라는 요구는 경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정유라의 승마 지원을 위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용역대금과 말 구입비용 등을 지급하도록 하였고, 뇌물과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최소한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며, 그 방법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등기임원을 사임하는 것입니다. 이는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에 걸맞은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둘째, 삼성전자 임원을 사임하더라도 현재 그룹의 지배주주이자 사실상 최고경영자로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본인이 없어도 그룹이 운영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부회장의 1년간 부재에도 삼성전자는 최고 실적과 최고 주가를 기록했습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삼성전자는 총수 1인에 의해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닙니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이 부회장은 생각보다 긴 시간 경영에 참여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지금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대비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예전과 같은 실체와 권한은 존재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 그룹 회장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미래전략실이 아닌 최소한 법률적으로 책임을 지는, 그리고 최고의사결정도 하고, 경영 책임도 지는 사업분야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 부회장 부재시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삼성그룹의 장기적인 경영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자연인으로서 이건희 회장의 상속자이므로, 상속과 승계작업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이 부회장의 승계 근간은 합법적 상속이 아닌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삼성에버랜드 전환주식과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였습니다. 과거의 잘못은 모두 아버지의 몫이고, 아버지가 책임을 졌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더 이상 대신 책임져줄 사람이 없습니다.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무리한 합병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이 부회장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승계작업을 미룰 일이 아니라 명확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합니다. 더 이상 시장에서 추측이 난무하게 하지 말고, 떳떳한 승계 로드맵을 마련하여 낼 세금은 내고, 상속분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이 부회장이 져야 합니다. 그리고 재벌 총수 일가의 불행이 기업의, 그룹의 불행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 개인에게뿐 아니라 기업과 그룹에까지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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