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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조기숙 "여성들 용기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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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SNS에 "미투, 공인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 폭로 목적 아냐"

연합뉴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참여정부 대통령 홍보수석 출신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미투가 오염됐다"고 12일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모처럼 피해자 여성의 용기 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의해 오염되기 시작했다"며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고 썼다.

조 교수는 "미국에서 미투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며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법치국가에서 여론재판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런 행위는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가 아닌 '미 온리'(Me only)라고 지적했다.

그는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면서 "미국 경제를 역대 최고의 호황으로 이끈 클린턴은 사생활이 도덕적이어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나"라고 쓰기도 했다.

조 교수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 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일부 언론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할 능력도 갖추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오후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선정적인 보도가 정작 국민의 삶에 중요한 이슈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페이스북
(서울=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11일과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성들의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조 교수 페이스북 캡처. 2018.3.12



그는 "피해자 여성은 얼마든지 일회성 성추행이라도 폭로할 수 있지만, 증거나 논리도 미약한 일회성 성추행(으로 보이는 행동)에 대한 익명 폭로는 언론이 보도에 신중을 기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이 일회성 성추행을 옹호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5∼2006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한편 그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한국 사진기자들이 중국 측 경호원에게 폭행당한 사건에 관해 '경호원의 정당방위'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불거지자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며 사과한 적이 있다. 당시 정치 발언을 삼가고 장기간 자숙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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