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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팝업리뷰]'엄마의 공책', 어머니의 집밥 같이 따뜻하고 맛있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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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영화 '엄마의 공책'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어머니가 지어준 따스한 밥 한 그릇처럼 따뜻하고 맛있다.

30년간 반찬가게를 한 애란(이주실 분)과 시간 강사를 전전하는 아들 규현(이종혁 분). 쌀쌀맞은 모자 사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란 좀처럼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애란은 규현에게 밥 한 그릇 내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규현 역시 애란이 해주는 밥이라면 불평불만 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갑자기 애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이 주어진다. 치매 진단을 받은 것이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애란과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레시피 공책을 발견한 규현. 쌀쌀 맞았던 아들 규현은 그녀의 음식에 담긴 애틋한 사연을 통해 다시 한 번 엄마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러한 줄거리만 본다면 영화 ‘엄마의 공책’은 꽤나 전형적이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 소설을 불문하고 너무나 많이 쓰여 왔던 소재인 ‘치매’를 다루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 속에서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도조차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눈물을 흘릴 포인트가 예측이 되는 구성이다. 하지만 ‘엄마의 공책’은 그간의 많은 시도들을 답습하지 않는다. 신파극으로 흘러가기 쉬운 소재이지만 눈물을 자아내게 하기보다 따뜻함을 더 강조한다. MSG 가득한 음식과는 다른 맛이다. 마치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내온 소박한 반찬에 따끈한 밥을 곁들여 먹는 담백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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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엄마의 공책' 스틸


전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통해 전형적인 이야기 구성을 탈피해 차근차근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냈던 김성호 감독은 이번 ‘엄마의 공책’을 통해서도 특유의 연출력을 제대로 펼쳐낸다. 물론 소재 자체가 주는 필연적인 슬픔은 피할 수 없지만, 억지 감동을 유발시키지 않기에 ‘엄마의 공책’은 부담이 없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도구로서 음식을 활용한 것은 아주 큰 효과를 낸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카테고리 속 언제나 포함되는 ‘집밥’이라는 항목을 영리하게 활용해내는 것. 음식을 통해 서로가 가진 상처를 보듬는 과정은 단순한 매력을 넘어 영화의 맛을 한껏 살려낸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담백하다. 오랜 연기 공력을 쌓아온 배우 이주실은 치매에 걸린 애란을 그려내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기보다 숙성된 감정을 담아낸다. 그렇게 다소 1차원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인물의 깊이가 한층 더 맛깔나게 살아난다. 이종혁 또한 철부지 아들이자 또 무거운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규현 역을 자신의 느낌대로 살려내며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규현의 아내 역으로 출연하는 김성은은 오랜만의 연기 복귀에도 부담감이 없다. 이외에도 애란의 딸 역을 맡은 이영아, 애란의 반찬가게 이모 윤자 역의 김선화, 규현의 친구 정호 역의 이준혁까지. 어느 한 배우도 자신의 몫을 다해내지 못하는 이가 없다. 오히려 각 장면마다 매력적인 힘으로 서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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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엄마의 공책' 스틸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과 김성호 감독의 담백한 연출에 이끌려가다 보면 ‘엄마의 공책’은 어느새 관객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당장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도 마음속이 시큰해져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는 가족과 어머니라는 소재가 주는 힘의 역할도 크다. “엄마의 요리에 담긴 애틋한 사연과 비밀을 통해 우리 삶의 소소하지만 따뜻한 감정들을 담고 싶었다”며 영화를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관객들이 진심으로 느끼길 원하다고 말한 김성호 감독. 그의 바람대로 영화는 진심의 따뜻함으로 가득 차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해도 ‘집밥’이라는 말이 있다. ‘집밥’ 속에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가족의 역사와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 그 어떤 것도 자극하지 않는 담백함이 있기 때문이다. 큰 조미료 없이도 언제나 군침을 자극하는 집밥처럼 영화 ‘엄마의 공책’은 따뜻함과 포근함을 담아 관객들에게 맛있는 한 편의 감동을 선물한다.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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