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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대구특집] “학생이 즐겁고 행복한 교육, 진정한 지방교육자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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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인터뷰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인터뷰
한국일보

대구특집 8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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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학생이 즐겁고 행복한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며, 이를 위해선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된 교육업무를 시ㆍ도교육청에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현 제도는 겉만 ‘자치’로,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교육감 임명제가 나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대로 중앙정부에 집중된 교육권한을 시ㆍ도교육청에 대폭 이양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자치의 실태와 개선책을 들어 보았다.

멀고도 먼 교육자치… 이럴 바엔 교육감 임명제로

_대구가 지방교육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교육자치,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보는가.

“8년간 대구교육을 이끌면서 우리 대구의 지역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특색 있는 교육을 실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교육자치로 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ㆍ도교육감 직선제 선출 1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진정한 지방교육자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중앙정부의 권한과 업무를 이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교육자치를 명시해 놓고도 실제로 주어지는 자치 권한은 미미하다. 시ㆍ도교육청 업무의 92%가 기관 위임 사무이다. 나머지 8%만 자치사무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의미가 없다. 차라리 예전처럼 교육감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자사고ㆍ외고 폐지는 수도권 시각

지방에선 교육불평등 해소에 기여

_더 많은 권한의 교육자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예를 든다면.

“대표적으로 자사고ㆍ외고 정책이다. 교육 평등을 추구하는 새 정부는 고교 교육을 서열화하여 교육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자사고ㆍ외고는 학교 선택권 확대 및 기회 균등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왔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대구의 자사고ㆍ외고는 수도권에서 벌어진 고교 서열화와 거리가 멀다. 이들 학교에 보내기 위한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특별히 늘어난 게 없다. 오히려 해외 조기유학 열기를 가라앉혔다. 수성구와 비수성구 간의 학력격차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높이는 자극제가 되었다.

교육격차는 따지고 보면 학부모, 학생들의 ‘학교 선택’ 문제 때문이 아니다. 서울의 강남ㆍ비강남, 대구의 수성구ㆍ비수성구로 양분되는 지역격차 문제가 아닌가. 학부모들이 수성구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이 지역으로 몰려오고 결국 아파트,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오히려 수성구라는 지역이 서열화를 매기는 주범이다. 자사고ㆍ외고는 수성구 집중 현상을 되레 막아준다. 대구의 자사고ㆍ외고는 수성구 지역의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했다. 교육불평등 해소에 도움되 됐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자사고 지정 이후 수성구에서 비수성구로 진학하는 학생이 7.1%에서 14.4%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비수성구에 거주하지만 수성구로 진학하는 학생은 2.2%에서 1.6%로 줄었다. 대구를 벗어나 다른 지역의 특목고를 지원하는 학생 수가 13.5% 감소했다. 자사고 운영을 통해 대구의 우수학생 타시도 유출과 일반고 학생의 수성구 쏠림 현상 완화에 기여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구외고 또한 최근 3년간 입학생 중 비수성구가 81.8%나 된다. 자사고ㆍ외고가 대구교육의 균형적인 발전 및 비수성구 학생의 교육기회 확대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는 우리 대구가 추구하는 상향평준화 교육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목고 폐지 문제가 교육부 정책의 우선순위로 거론된다는 것은 당혹스런 일이다. 자사고ㆍ외고가 본래의 운영 취지와 달리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개선하고 미비점은 보완해 제도를 발전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사고ㆍ외고 폐지 또는 존속 문제는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게 시ㆍ도교육청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_대구시교육청이 교육자치를 실현할 역량이 되는가.

“대입을 앞두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 그리는 고3이 있을까? 대구에는 있다. 전국 최초의 예술체육위탁학교인 대구예담학교 학생들이다. 이 학교는 일반계 고교 2, 3학년 학생 중 실용음악, 뮤지컬, 클래식, 미술, 체육 등 예체능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1년간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일반고에선 적응하지 못했지만 예체능분야의 소질을 계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76.4%에 이른다.

대구시교육청은 행복역량교육, 사제존중 행복교육, 인문독서교육, 학부모역량교육 등 특화된 교육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각종 교육지표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교육자치와 관련해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는 비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 의지를 밝혔다. 내실 있는 교육자치를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ㆍ운영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국가수준교육과정의 30%만이라도 시ㆍ도교육청에 돌려줘야 한다. 현재 지방교육자치 사무는 8%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시ㆍ도교육청으로 초ㆍ중등교육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전 정부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학교와 시ㆍ도교육청을 중심에 두고 학생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수능시험, 자격시험 수준으로 전환해야

_대구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나왔는데, 수능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수능시험은 이제 자격고사, 문제은행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포항 지진으로 수능시험이 연기됐다. 안전한 수능시험은 자연의 도움도 절대 필요하게 되었다. 하늘만 믿고 한 날 한 시에 같은 문제로 전국에서 동시에 한 번만 치르는 일제고사 방식의 수능시험은 한계에 직면하였다.

수능시험은 1994학년도부터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대학입학평가에 도입되었다. 20여년 지속되면서 5지 선다형 문항, 시험유형의 고착화, EBS 교재 연계율 70% 정책 등으로 인하여 기계적ㆍ반복적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과 교육과정의 비정상적 운영의 폐해를 낳았다. 또한 9등급제의 상대평가는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여 학생들에게 심한 심적 스트레스를 준다. 창의ㆍ융합 인재육성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다.

수능 때문에 학교는 암기위주의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 대입에 거의 7~80%까지 반영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이것으로 대입의 방향이 정해진다면 수능 점수는 이제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느냐 안 했느냐를 평가하는 수준으로서 예전의 예비고사 정도의 성격을 부여하는 대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관찰ㆍ평가하고 이 평가를 대입에 반영하면 공교육이 살아나고, 우리 선생님들의 교권도 회복되고, 사교육이 필요 없는 그런 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바꿀 때가 되었다. 자격고사로서 수능시험은 선발에 목적을 두는 상대 평가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상대평가, 일제고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자신의 꿈과 끼를 가꿀 수 있는 창의적 활동과 맞춤형 학습을 할 것이다. 이는 곧 학생들의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것이다.”

다문화사회 반영해 중국어ㆍ베트남어 제1외국어 선택 허용해야

_ 중국어ㆍ베트남어도 제1외국어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영어를 기초교과, 즉, 제1외국어로 지정하여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학습하게 하고 있다. 대입에서 영어 비중이 크다 보니 본래의 취지와 달리 입시를 위한 영어교육으로 파행 운영됐다. 학원 수강, 어학연수, 영어 조기교육 등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의 초ㆍ중ㆍ고생은 이미 10만명에 육박했다. 초등생은 2012년 1.1%에서 2016년 2.8%로 급증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늘고 부모의 국적도 다양화하고 있다. 이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 절실해졌다.

다양한 외국어의 수요, 영어 일변도 교육의 문제점,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위해 현행 외국어교육 시스템 개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제1외국어 다양화를 제안하는 것이다.

초ㆍ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영어만을 제1외국어로 지정하고 있다. 이를 개정하여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베트남어 등도 제1외국어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제1외국어 선택권을 준다면 어릴 때부터 입시영어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영어 중심의 외국어 학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관심 있는 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경우 그들에게 익숙한 부모국적 언어를 제1외국어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부모 국가의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_복수전공교사로 교원임용제도를 개선하자고 했다. 교사의 부담이 커질 것 같다.

“잠자는 교실을 살리기 위해선 일반계 고교 교육과정을 유연하고 다양하게 재편해야 하며 그 대안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떠오르고 있다. 새 정부도 고교학점제를 실시해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등교사는 1교과 전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강좌를 개설한다 해도 교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과별 시수를 줄이거나 늘이게 되면 해당교과 정원 또한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즉 교사 임용 및 배치 등 교사 활용의 경직성 문제가 발생한다. 특정 과목의 주당 수업시수를 1시간 늘이거나 줄일 경우, 3,000여 명의 교사 정원에 변동이 생긴다. 1교과 전담제는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핀란드 등 선진국에선 전공교과 외에 제2교과를 이수하도록 하여 학교 상황에 맞게 교과를 선택하여 지도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업은 교과 내 통합 및 교과 간 통합을 넘어, 주제중심 융합수업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자신이 전공한 교과 지식만으로 주제중심 융합수업을 디자인하기 어렵다. 전공교과 외 유사 교과군의 지식 또한 아우르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질 높은 주제중심 융합수업 디자인이 가능하다.

창의ㆍ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 학생의 선택권 확대, 교원 수급의 탄력적 운영을 위해 선진국처럼 임용 단계에서부터 2과목을 담당하는 복수전공교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처럼 양질의 교사를 선발하는 것이야말로 미래교육의 희망을 담보하는 일이다. 다양한 교육개혁 및 개선으로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주체인 우수한 교사를 선발하고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 할 것이다.

현 정부가 교원임용제도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역량과 인성을 갖춘 교사를 선발하고,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교원임용제도 도입을 기대한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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