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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일자리 90%, 中企서 나오는데 저임금·낙인효과에 취업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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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약무효 청년일자리 (上) ◆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람을 구하려는 중소기업은 넘쳐 나는데 정작 중기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중소기업 쪽에는 미스매치로 사람을 찾지 못하는 일자리가 약 20만개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좀 풀어보려 한다"고 언급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8곳은 해마다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중앙회의 분석이다.

사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이 처음 등장한 2003년부터 중기 일자리 미스매치는 핵심 주제였다. 국내 전체 고용에서 중기 비중이 대략 90%라는 점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의 임금 문제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이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 문제, 그리고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중소기업 역할에 대한 인식이 낮은 '낙인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지기만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중기 임금 수준은 1997년 77.3%에서 2016년 62.9%로 떨어졌다. 2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14.4%포인트 더 벌어진 셈이다. 한국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일본(79.0%), 미국(76.0%), 독일(73.9%) 등 주요 국가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은 상황이다. 경력 채용이 많은 미국 등에서는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게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한국은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 경력 이직이 매우 드물다. '첫 직장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낙인효과는 그래서 생겨났다.

낙인효과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4년제 대졸 남성의 경우 첫 일자리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은 경우 9~10년 차에도 4.4%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청년들이 처음부터 높은 월급을 주는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만 취업준비를 하는 게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근로자 처우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접어둔 채 당장 중기 취업 청년 숫자 늘리기 정책만 쏟아냈다. 예를 들어 일자리 상담·훈련·취업 알선을 제공하면서 일정 지원금을 주는 청년취업성공패키지는 이 사업으로 취업한 청년의 53.4%(2014년 기준)가 한 달 임금 150만원 미만을 받아 대부분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끊긴 뒤 6개월 동안 정규직 고용이 유지된 경우는 전체의 60%가 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비슷비슷한 정책이 양산되면서 취업준비생의 눈물도 닦지 못하고, 구인난에 한숨 쉬는 중기 사장들의 고민도 해결하지 못했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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