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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금감원장 사의 표명에 숨죽인 하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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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상황도 아니고...”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받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전격 사임하자 하나금융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하나금융 배후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이같은 루머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최 원장의 채용 청탁 의혹이 5년 전인 2013년의 일이었는데, 갑자기 언론에 등장한 것은 최 원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하나금융의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봐야하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최 원장은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주총을 앞둔 하나금융이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금감원장의 사임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2015~2017년 은행권 전수 조사를 통해 하나은행 등 5개 은행 22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금감원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일을 통해 “본인은 채용 결정 과정에 간여하지 않았다"고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금감원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 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의 표명과 상관없이 특별검사단을 예정대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다시한번 정밀하게 파헤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부터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른바 ‘셀프 연임'을 비판하면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했다. 급기야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절차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하나금융 회추위와 이사회는 당초 일정을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될 이달 23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개최를 11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금감원장의 전격 사의 표명이 김 회장의 3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늦게 기자단에 보낸 사퇴의 변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그러나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사의 배경을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오후 금감원 수석 부원장 이하 임원단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사퇴 사실을 밝혔을 때도 “채용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자신을 향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 결국 책임진 것인데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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