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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7%안팎 고속성장 필리핀…인프라 새시장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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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가 아끼는 데니스 우이 우덴나 회장 인터뷰

매일경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7월 11일 필리핀거래소에서 데니스 우이 우덴나 코퍼레이션 회장이 창업한 피닉스 페트롤리엄 상장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종을 울리고 있다. [사진 제공 = 필리핀 정부 홍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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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기업가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다. 패기 넘치는 기업인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필리핀거래소를 찾아 한 말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한껏 치켜세운 것은 아얄라그룹·산미구엘·SM그룹 등 필리핀 재벌 기업이 아니다. 주인공은 데니스 우이 우덴나 코퍼레이션 회장(44)이다.

이날은 우이 회장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에서 창업한 석유회사 피닉스 페트롤리엄(피닉스) 상장 10주년 기념일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방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가 글로벌 기업과 겨룰 수 있는 '메인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현지 매체들은 "대통령이 특정 기업인을 칭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우이 회장은 2016년 6월 두테르테 정부 출범 후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기업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02년 석유회사 피닉스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총 8개 기업을 인수한 뒤 지주회사 체계를 만들며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2년 매출은 200만달러(약 21억 3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9억 8300만달러(약 1조450억원)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가장 왕성한 딜 메이커' '재계 가장 젊은 거물' '기업 제국을 건설하는 기대주'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총 22년간 다바오시장을 역임한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대통령의 친구로도 불리는 그를 지난달 필리핀 제2의 금융도시 보니파시오글로벌시티에 있는 피닉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덴나 코퍼레이션은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9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물류회사인 2GO그룹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적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이듬해 하반기부터 거의 한 달꼴로 새 기업 인수에 나섰다. 지난해 7월 보니파시오글로벌시티에 있는 '귀족 학교'인 엔드런 칼리지를 사들였고, 8월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필리핀 사업을 인수했으며, 9월 바탕가스주(州)에 있는 스트라이트 페리 선박 회사를 매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제2의 관문인 클라크 국제공항 인근에 복합도시를 짓는 개발 회사를 인수하고 12월에는 필리핀에서 유일한 상수도 민간 기업인 H20벤처에 투자했다. 올해 초엔 패밀리마트 필리핀 체인점을 샀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1년여 만에 물류·교육·레저·도시개발·리테일 등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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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 회장이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배경에는 필리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그는 "역대 정부 가운데 현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가장 적극적"이라며 "기업들의 투자가 지방으로 확대되는 등 인프라 투자를 기폭제로 새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덴나만 해도 타워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돌리려면 석유가 필요하고, 자재를 운반하려면 물류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필리핀 경제가 6.7% 성장하며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리핀 정부는 인프라 개발을 발판으로 경제성장률을 7~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2002년 피닉스를 창업했다. 당시 28세였다. 부모님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민다나오섬 최대 도시 다바오의 시장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석유시장 진입 규제를 풀자 전 재산인 적금 3000만페소와 주식 등을 몽땅 투자해 피닉스를 세웠다. 이 시기 민다나오섬은 '킬링필드(killing field)'로 불릴 정도로 치안이 엉망이어서 다른 기업들은 주저했는데 그는 이런 위험을 거꾸로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이 회장은 "배짱이 없으면 성공은 없다는 게 인생 모토"라며 "성공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뭐가 됐든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일했던 그에게 다바오시장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이 날개를 달아줬다. 부정부패와 관료주의 척결에 나서면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우이 회장은 "다른 지방에서 주유소를 내려면 반년 넘게 걸리지만 다바오에서는 3개월이면 충분했다"고 했다. 이렇게 2005년 다바오시에 주유소 1호점을 낸 피닉스는 작년 말 기준 필리핀 전역에 530개 주유소를 거느린 전국 3위 석유기업으로 성장했다. 필리핀 유망 사업으로 전자상거래를 꼽은 그는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전자상거래 진출에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평균연령 24.2세인 필리핀에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데다 젊은 층은 모바일 쇼핑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구글과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 테마섹에 따르면 동남아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7년 109억달러(약 11조원)에서 2025년 881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이 회장의 올해 기업 쇼핑 리스트에 통신 업체가 올라갈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이 회장은 또 "동남아 국가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관광 분야도 유망하다고 했다. 그는 작년부터 세부 막탄섬 12㏊ 규모의 용지에 카지노·호텔·빌라·상업시설 등을 개발하는 '라푸라푸(Lapu-lapu) 레저 막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마닐라 밖에 허가를 낸 첫 사례다. 우이 회장은 "김치와 갈비찜을 좋아하고 소주도 잘 마신다"며 한류에 관심을 나타냈다.

[마닐라 = 임영신 아시아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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