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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레이더A] `모자이크 베트남`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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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베트남전이 끝난 지 43년 만에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지난 5일 베트남 중부 다낭에 첫 입항했다. 미국은 1960~1975년 베트남 공산당이 이끄는 북베트남에 맞서 남베트남을 지원하며 혈전(血戰)을 치렀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베트남에 둘도 없는 원수지만 다낭엔 흥겨운 음악이 흘렀다. 베트남 정부가 칼빈슨 전단의 기항을 전격 승인한 이유는 앞마당인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를 두고 국익을 위해 적(敵)과 손을 잡는 실용주의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베트남을 이해하는 데 부족하다.

베트남이 '모자이크'처럼 복잡한 국가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있다. 베트남 깜라인(Cam Ranh)만이다. 깜라인만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의 군사항구로 사용됐고, 태평양전쟁 때는 일본이 썼다. 이어 베트남전이 터지자 미군이 깜라인만을 차지했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옛 소련이 군사거점으로 활용했다. 소련의 붕괴로 깜라인만은 베트남에 귀속됐지만 남중국해 영유권을 다투는 중국이 공격적인 태세로 나오자 베트남은 미국과 일본에 기항을 요청했다. 베트남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자의든 타의든 자존심을 구기더라도 좌우를 넘나들며 손바닥 뒤집듯이 파트너를 바꾼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셈이다. 한국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된 데는 양국이 비슷하다는 점이 꼽히지만 현실은 베트남의 속내를 알기란 쉽지 않다고 보는 게 옳다. 중국이 그랬다. 한국 기업의 중국 러시가 이어졌고 한국 정부도 중국에 공을 들였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 방'에 양국 관계는 냉랭해지고 우리 기업들은 큰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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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다. 베트남이 지금은 경제 발전을 위해 실용주의를 내세우지만 언젠가 한국에 '불편한 질문'을 던질지 모른다.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이 그 중 하나다. 게다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강행하는 미국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종신 집권이 가능해진 중국 등 예측 불허인 국제 정세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제2의 사드'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쏠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올해 첫 순방 국가로 베트남을 정했다. 정부 간 좋은 협력 관계는 기업 등 민간 교류의 버팀목이 된다. 정부 간 정치적 신뢰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현지에 진출한 5000여 개 한국 기업을 비롯해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작년 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양국 관계를 내실 있게 다지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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