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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충무로에서] 세계적인 셰프는 왜 대부분 남자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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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은 대부분 남자다. 대부분 가정의 부엌은 여자들이 지키고 있는데 유명 레스토랑 주방은 남자들이 점령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원래 남자가 요리를 더 잘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요리를 남자가 더 잘하지도, 여자가 더 잘하지도 않는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고 재능이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유명 요리연구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대부분 여성이다.

같은 요리의 세계에서 일을 하더라도 남자들은 셰프가 되고 여자들은 주로 요리연구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유전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셰프는 권력관계 속에서 일을 한다. 직접 요리를 하기보다는 권력을 쥐고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이 셰프의 주요 역할이다. 반면 요리연구가는 혼자서 요리를 개발하고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다른 사람 요청에 따라 일을 한다.

요리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셰프가 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여성이 '권력'을 쥐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산소 같은 존재다. 위로 올라갈수록 존재가 희박해진다는 면에서 그렇다. 여러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7년 기준 5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1위다. 경제 활동을 하더라도 고위직으로 오르는 사다리는 막혀 있다. 고위공무원단 중 여성의 비율은 5%고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2% 수준이다. 그나마 오너가 출신 여성을 빼면 1% 수준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운동' 물결이 한반도에 상륙해 해일급으로 커진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젠더 격차'가 놓여 있다. 젠더 격차가 클수록 여성들이 남성들의 성범죄 대상이 될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미투 폭로'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공통적으로 권력관계로 얽혀 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성적 폭력을 거부했을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갖고 있었다.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미투 폭력'의 궁극적 해법은 '젠더 격차'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젠더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의 젠더 격차는 144개국 중 118위였다. OECD 국가 중에서는 당연히 꼴찌였다. 이 같은 젠더 격차를 개선하지 않고 처벌 강화만으로는 성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비상한 문제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스웨덴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한 성(性)이 기업 임원의 60%를 넘지 않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강력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이런 규제로 스웨덴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김기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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