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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기고] 세계는 지금 GDP보다 `삶의 질`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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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족이란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잊혀서는 안 되는 존재다(Family means no one gets left behind or forgotten).'

2002년에 개봉돼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상영됐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릴로&스티치'에 나온 명대사다. 이후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는 명언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슬로건도 '한 사람도 뒤처지거나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No One left behind)'였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 인류 차원으로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49차 유엔통계위원회에 다녀왔다. 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유엔이 인류 공동의 과제로 설정한 17개 SDGs와 232개 세부지표를 통계와 데이터를 활용해 어떻게 측정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유엔 통계위원회는 우리나라가 과거 6·25전쟁 이후 한동안 글로벌 경제 발전에서 소외된 대상에서 이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엔의 목표를 선진국과 함께 리드하는 개발협력 강국, 통계 선진국으로서 발전된 위상을 확인한 소중한 자리이기도 했다.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 공동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등 지표를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여겨왔던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21세기 들어 국민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OECD는 GDP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 사회, 환경 등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발전 측정 지표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OECD 세계포럼을 2004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나라를 순회하며 개최해왔다. 이 포럼은 OECD 내에서 최대 규모 국제회의다.

우리나라는 2009년 제3차 OECD 세계포럼을 부산에 유치해 삶의 질 측정에 관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오는 11월 제6차 포럼을 재차 유치하게 됐다.

부산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2011년에 OECD가 발표한 삶의 질 지표(Better Life Index)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우리나라 삶의 질은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과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달성한 국가를 의미하는 30·50클럽 가입이 확실한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것이 사실이다. OECD 삶의 질 지표에 의하면 2017년 한국 순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도 삶의 질 높이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정부 부처의 정책 방향을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맞출 것을 주문했다.

'측정 없이 개선 없다'는 말처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국가 통계가 필요하다. 통계청은 2014년부터 국제기준을 참고해 12개 영역, 80여 개 지표를 포함한 '국민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해 매년 공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상황에 보다 적합한 한국형 지표를 개발해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을 뒷받침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6차 OECD 세계포럼에서는 '미래의 웰빙(The Future of Well-being)'을 주제로 세계적인 석학과 시민단체, 글로벌 기업, 국제기구, 전문가 등이 모여 그간의 삶의 질 측정 성과와 향후 비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모쪼록 이번 포럼에서 유엔의 SDGs가 표방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할 새로운 통계, 지식, 정책에 대한 지혜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황수경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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