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저출산·규제로 성장정체…푸드테크로 눈돌린 식품업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식품산업 새바람 푸드테크 2.0 ◆

매일경제

2014년 8월 출시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1년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장마다 품귀 현상을 빚는 등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를 모방한 미투상품이 잇달아 출시됐다.

허니버터칩이 나온 지 1년도 안돼 '허니'라는 이름을 단 미투상품이 40개에 달했다. 농심은 2014년 말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오리온은 2015년 상반기에 '오감자 허니밀크'와 '스윙칩 허니밀크'를 내놨다. 감자칩이 없던 롯데제과도 '꼬깔콘 허니버터' 등 꿀맛을 넣은 스낵 8종을 선보였다.

해태제과 측은 "허니를 단 미투상품은 기존 제품에 꿀맛만 첨가한 것으로 이 중 대다수는 수개월 내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미투상품은 식품업계에서 신제품 개발 의욕을 꺾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워낙 관행화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해태제과도 허니버터칩 미투상품 다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서로 베낄 텐데 '네 것, 내 것' 따지는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회사 연구개발(R&D) 예산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수명이 짧은 독자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타사 히트 상품을 따라가려는 유혹이 많다"면서 "선도 업체의 정당한 수익마저 빼앗는 미투상품 범람은 업계 전체를 죽인다"고 지적했다.

식품업계가 브랜드·출시 제품이 많아지면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10년 넘게 버티는 장수 상품은 거의 없고 신제품은 리뉴얼한 것이 주를 이룬다. 2016년 한 제과업체는 신제품 154개를 내놨지만 현재 24개(16%)만 살아남았을 정도다.

인구가 줄고 위생안전 강화로 비용 부담마저 커지면서 매출이 늘어도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든 사례가 많다. CJ제일제당은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12조1861억원)이 1년 전 같은 기간(10조8226억원)에 비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867억원에서 6262억원으로 하락했다.

파리바게뜨가 속한 SPC삼립이나 대상, 오뚜기, 빙그레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엔 정부와의 '불통'이 또 다른 어려움을 낳고 있다.

정부는 위생안전을 이유로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압박하지만 업체들엔 또 다른 규제일 뿐이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식품에 '베이비' '맘' 등 유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내리자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식품회사들은 기존 제품을 회수해 재포장하는 데 따른 피해를 읍소했지만 식약처는 안전을 이유로 강행했다. 식품업체 입장에선 유예 기간 없이 갑자기 등장한 규제로 추가 지출이 생겨난 것이다. 또 소비자 알권리 보장을 이유로 제품 포장 겉면에 표기 변경을 자주 요구하는 것도 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금도 식품회사는 포장지에 제품 유형, 업소명, 소재지, 유통기한, 내용 성분, 용량 등 평균 13개 항목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데 계속 늘어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원산지 표기와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까지 합치면 많게는 20여 개 정보를 적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어떤 제한을 내걸기에 앞서 업체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