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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채용비리 무관용’ 문 정부에 부담 판단…‘수장 연루’ 금감원, 도덕성에 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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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감원장 불명예 낙마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감원은 다시 한번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금융당국의 수장이 채용비리로 물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향후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금감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e메일을 통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간여한 사실이 없다”며 특별검사단을 꾸려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채용비리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10일에는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가 오후에 돌연 사의를 밝힌 것은 채용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에 더 이상 부담이 되어선 안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에는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젊은층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그냥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출신으로서 지난해 9월 금감원장에 취임했던 최 원장은 6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면서 역대 최단 기간 금감원장으로 남게 됐다. 취임 후 채용비리 근절과 쇄신을 약속했던 그가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물러나면서 금감원의 신뢰성은 또다시 추락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부원장 등 고위 임원들의 채용비리 사실이 적발되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수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면이 안 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이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셀프 연임’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고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올해 1월에는 공정성을 위해 회추위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정태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됐다.

이후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조사해 하나은행에서 13건의 의혹을 발견, 검찰에 고발했다. 공교롭게도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은행이 하나은행이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도 하나금융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을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에서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 회장의 3연임을 결정하는 주총을 코앞에 둔 마당에, 금감원장에 대한 흠집을 낸다고 우리한테 득이 될 게 있느냐”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검찰과 금융당국이 진행 중인 금융권 채용 비리에 대한 조사가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선·안광호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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