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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간추린 '잼'있는 강연] 소설가 김영하가 말하는 인공지능과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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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지금 인간의 창의성은 생존을 위한 제 1조건처럼 여겨진다. 창의성의 영역에는 기계가 침범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영하(49·사진)는 이런 인식에 “창의성이 너무 강조되면서 억압처럼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11일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카카오 스쿨’에서 ‘AI시대의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하며 “인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창의성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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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창의성만 골라 발휘할 순 없다고 말했다. 통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창의성의 기본이라 좋은 쪽으로만 쓰려해도 그렇지 않은 쪽으로 튀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아이가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이 되길 원하지만 채식을 하거나 씻지 않거나 마약은 하지 말고 애플 같은 회사만 만드는 창의성을 바란다”며 “진정 창의성을 원한다면 나쁜 생각, 이상한 생각, 말도 안되는 생각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창의적일 필요도 없다고 봤다. 소방관과 안전감독관처럼 오히려 매뉴얼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일들도 많다.

실상 창의성은 위험하고 불편하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는 종교 재판에서 가택연금을 당했다. 서얼 차별을 부당하다고 여기고 왕조 체제에 문제의식을 품었던 허균은 능지처참도 모자라 부관참시를 당했다. 김씨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인류는 몇 천년 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다”며 “지금은 기술발전으로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부를 축적하고 사람들에게 유익한 걸 많이 가져다 주기 때문에 굉장히 너그러워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계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창의적일 수도 있다고 봤다. 이미 로봇이 쓴 시와 인간이 쓴 시를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가 됐다. 인간이 윤리와 관습과 같은 한계에 막혔을 때 기계는 거리낌 없이 기괴하고 파격적인 글을 쓸 수 있다. 김영하는 “창의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기계를 이길 수 없다”며 “다만 기계가 인간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며 예술가들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더 창의적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을 쓸 때 진부한 대화만 떠오르면 기계가 생각도 못한 대안을 보여줄 수 있다. 자신이 쓴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거나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어디선가 들은 듯한 느낌이 들 때 기계에 물어보면 순식간에 표절 여부를 알 수 있다. “누가 먼저 썼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을 받는다”며 앞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계가 창의성을 가질 순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고 봤다.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공감과 소통, 감정을 통한 학습을 기계에서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왓슨이 인간보다 병에 대한 진단이 정확할 순 있지만 그 진단을 인간 의사에게서 듣고 싶은 것이 환자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창의성엔 한계가 있고 기계의 창의성엔 마음이 없다”는 말이다. 기계가 쓴 소설을 읽었을 때 그걸 기계가 썼다는 걸 알면 마음이 식을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린 기계가 죽음과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걸 안다.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겪지 않는 존재의 공감을 인간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아직 우리 마음을 섬세하게 보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영하는 “좋은 작가는 단어의 순서와 조사 하나를 넣고 빼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물을 낸다. 인공지능이 허접한 소설 몇 백개를 잠도 안 자고 만들 수 있겠지만 우리가 그걸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제 생애에선 불가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일상에서 유용한 IT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카카오 스쿨’을 개최했다. 약 1만4000명의 신청자 중 10일~11일 이틀간 매일 100명이 강의를 들었다. 카카오는 일반인 대상의 지식 공유 행사인 ‘카카오스쿨’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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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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