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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민병두 의원 사퇴를 민주당이 만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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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3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언했던 대로 12일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 의원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미 밝힌대로 의원직을 사퇴한다”며 “제가 한 선택으로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지난 10일 한 매체에서 성추행 의혹이 보도된 직후 즉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휴일 기간 중 당 지도부가 줄기차게 사퇴를 말렸지만 사무처가 업무를 재개한 이날 결국 사퇴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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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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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에선 민 의원의 사퇴서가 진짜로 처리될지 두고봐야 한다는 반응이 많다. 민주당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막아야 할 이유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우선 민 의원이 금뱃지를 떼게 되면 이번 일이 향후 비슷한 사건이 생겼을 때 ‘기준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사안이 가벼운 민 의원까지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 미투(MeToo) 운동의 확산에 따라 의원들의 줄사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 의원이 이번 일로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 누구에게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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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렸다.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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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원내 제1당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현재 민주당은 121석, 자유한국당은 116석이다. 앞으로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의원 2~3명이 의원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지역구가 최소 7곳이나 된다. 재·보선 성적에 따라 1당과 2당이 바뀔 수 있다. 만약 민주당이 2당이 되면 국회의장을 한국당에 넘겨주게 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치명적이다. 자칫 지방선거 이전에 1당 자리를 내주면 지방선거 기호 1번도 한국당이 가져간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현역 국회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는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해양수산부 장관인 김영춘 의원이 지난 11일 부산시장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날 이개호 의원이 전남지사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한 석이 아쉬운 민주당 입장에선 민 의원을 선선히 보내주기 어렵다.

만약 민 의원이 사퇴해 서울 동대문을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난감하다는 문제도 있다. 민주당 당헌 112조 ②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ㆍ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성추행 문제를 ‘중대한 잘못’으로 볼 경우 민주당이 보선에 후보를 내는 건 당헌 위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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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헌 112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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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들을 잘 아는 민주당 동료 의원들은 민 의원의 사퇴를 계속 말리고 있다. 이날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면에서는 사실관계의 규명이 더 진행돼야 하지 않느냐”며 “지금 (사직 여부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민 의원의 사퇴서는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 제135조 ①항에는 ‘국회는 그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회 본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국회 교섭단체 대표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사퇴 안건을 올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본인의 소신에 의해 사퇴를 한 사람에게 다시 철회하라고 쇼를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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