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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숫자, 28과 6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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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총선 득표 28.83% 넘으면 ‘다시 한번 녹색바람’

대선 22.72% 못넘으면 통합행보 불인정받는 셈”

현실은 6%…“유승민 등판” “한국당 연대” 고개

안철수는 “대선때 ‘안 21.41%+유 6.76%’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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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11일 <중앙선데이>에 보도된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후보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 전 대표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 압도적 1위였다. 안 전 대표가 중도·보수표를 결집할 수 있는 구도로 평가되는 ‘양자 대결’에서도 박 시장은 58.4%의 지지율로 안 전 대표(30.5%)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입소스 코리아가 지난 7일 서울 거주 성인 858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을 한 결과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 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 득표의 1차 기준으로 ‘28.83%’와 ‘22.72%’가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내부를 다독이며 ‘28.17%’ 득표율을 언급하고 있다. 각각 어떤 수치일까. 현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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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13 총선을 앞둔 3월4일 김한길 당시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서울 국민의당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통합 문제를 논의한 뒤 천정배 당시 공동대표를 밀치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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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 28.83%

28.83%는 2016년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서울에서 획득한 정당 지지율이다. 국민의당은 서울과 전국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에 이은 2위를 차지해, 예상과 달리 비례대표 13번까지 당선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지역구 의석까지 총 38석의 제3당으로 20대 국회에 화려하게 진입했다. 총선과 지난해 대선에서 전략을 담당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물론 당선되면 좋겠지만, 이번 서울시장 출마 결과는 등수의 문제보다는 득표율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국민의당 녹색바람이 불었던 4·13 총선의 28.83%를 넘겨 서울시민이 지지해주신다면 안 전 대표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때 ‘녹색바람’의 시작은 호남이었다. 광주에서 받은 정당 지지율은 53.34%로 민주당(28.59%)을 크게 앞질렀고 전남(47.73%), 전북(42.79%)도 비슷했다. 지역구에서도 광주 8석을 석권하는가 하면 전북은 10개 지역구 중 7곳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안 전 대표는 ‘기득권 거대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틈새를 파고드는 한편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민주당과의 야권 통합이 논의될 때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는데, 이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대선 때 22.72%

지난해 5·9 대선때 안 전 대표는 서울에서 22.72%의 득표율을 얻었다. 같은 관계자는 “대선때 서울 득표율보다도 서울시장 득표율이 안 나온다면 대선 뒤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 일련의 행보가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며 거대 양당 체제를 비판한 점에선 총선때와 유사했지만, 대선에서 안 전 대표는 이에 더해 탄핵 뒤 중력을 잃은 보수표를 흡수하려는 전략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호남 의원들의 반대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찬성으로 당론을 바꾸게 하고 대북 제재 강화와 규제프리존법 통과 등을 촉구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치고 나오며 결국 보수표를 가져오지 못했고, 햇볕정책을 강조하는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과의 공존은 ‘엇박자’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잇단 ‘우클릭’으로 동시에 호남 지지율마저 빠지며 국민의당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영남에서는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이, 호남에서는 ‘안찍홍(안철수를 찍으면 홍준표가 대통령이 된다)’이 힘을 받았다. 막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가 물밑에서 논의됐으나 구체화하지 못했다. 한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양자대결까지 노렸던 안 전 대표였지만 결과는 2등도 아닌 3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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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해 4월26일 강원 춘천시 명동거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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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6%

지금 상황은 많이 변했다. 총선때 성공의 기반이 된 호남 민심은 현재 바른미래당을 완전히 이탈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9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바른미래당의 호남 지지율은 2%로 자유한국당과 같다.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이 이탈해 만든 민주평화당도 3%로 비슷하다. 반면 민주당은 74%로 호남이 전국 지지율(49%)를 견인하고 있다. 총선때와 정반대로 민주당 독주 체제가 견고해진 것이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과 대선 제보조작 사건 등 잇단 악재와 미흡한 대처, 문재인 정부의 선전 속에 제3당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점 등이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한 ‘우클릭’이 호남에선 결정타였다는 평가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대선에선 바른정당과 연대를 논의했던 국민의당은 이젠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정치적 좌표가 많이 바뀌었다. 전국 지지율 역시 6%로 낮다. 서울도 5%에 불과하다. 통합 뒤 안철수 전 대표가 전면에서 사라진 점,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 여전히 눈에 띄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내에서는 시급한 타개책으로 안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 꼽힌다. 당의 간판으로서 하루라도 빨리 출마 선언을 해 서울과 수도권에서부터 통합신당의 바람을 일으키란 것이다. 이와 함께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유승민 대표가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유승민 대표도 같이 지선에 출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지역구가 속한 대구·경북에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1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자유한국당과의 묵시적 선거연대도 계속 거론된다. 서울시장은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 후보만, 경기도지사는 자유한국당에서 남경필 후보만 내는 식의 암묵적 야권 연대로 민주당의 독주에 대항해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부산을 찾은 박주선 공동대표는 “적폐 세력과 연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역에서 개인 자격으로 후보들이 경쟁력이 없어 스스로 사퇴해서 결과적으로 어느 당 후보가 후보군에서 빠지는 것을 두고 ‘지방 차원에서는 연대, 연합이 가능하냐’고 하는 것은 적절한 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는 “중앙당에서 선거 연대가 없다고 결정하는데 지역에서 후보간 노골적으로 연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는 28.17%

선거연대 성사 여부와 별개로 바른미래당은 오는 6·13 지선에서 보수표 흡수 전략을 최우선에 둘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를 결집시켜 자유한국당을 찌그러뜨리겠다는 것을 이번에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수치를 봐도 이 전략이 현 시점에선 효율적으로 보인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16년 총선 정당 득표율→2017년 대선 득표율→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율을 훑어보면 ‘호남의 중심’ 광주에서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53.34%→30.08%→2%(여론조사 결과는 광주·전라)로 떨어지는 추이를 보였다. ‘수직하강’에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호남 민심을 되찾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보수의 심장’ 대구의 경우 17.42%→14.97%→14%(여론조사 결과는 대구·경북)로 비슷한 추세다. 통합신당의 운전대를 잡은 유승민 대표는 외교·안보에서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보수표 흡수’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대선때 이미 실패의 경험이 있는데다, 호남 의원들의 이탈 및 바른정당의 합류로 당 정체성이 전보다 보수화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성 문제 등 새로운 어려움도 부각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최근 북한 이슈가 커지면서 자유한국당과 차별화가 가장 큰 당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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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9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표가 국회에서 `청년이 미래다&#39; 토크콘서트를 하기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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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 본인은 또다른 숫자를 비전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 8일 그는 지역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통합은 6·13 지방선거 뒤 완성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더 높은 지지율로 귀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김철근 대변인이 전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지역위원장들의 성토가 잇따른 자리였다. 여기서 안 전 대표는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전국에서) 26.47%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고, 대선때 안 전 대표가 21.41%, 유승민 대표가 6.76%를 얻어 (합계 28.17%로) 총선의 26.47%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며 “그런 표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희망을 갖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대선 때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해 총선때보다 높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은 “통합하면 두 당의 지지도 합산치(13.2%)를 넘는 20.9%의 지지도가 나온다”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현재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6%로 통합 전 단순 합산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말하는 “희망”은 성사될 수 있을까.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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