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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사과 보다는… 성추문 목사 흔적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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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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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개신교계가 미투(#MeToo) 폭로(본보 3월8일 8면 보도)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목사의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공개 사과와 예방책 마련보다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모양새여서 시선이 곱지 않다.

한기총은 공동회장이자 수원 S교회 당회장인 이모 목사의 추문이 제기된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임원, 위원장 등의 명단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반면 공식 사과나 진상조사 등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던 천주교 수원교구가 해당 신부를 하고 주교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한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한기총 관계자는 “(이 목사 등) 전임 임원들의 임기가 지난달 27일 완료된 데 따른 조치였다”이라며 “신규 임원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원 S교회 역시 홈페이지에 소개했던 이 목사의 사진, 경력 등을 모두 없앤 것으로 파악됐다. 이 목사는 1974년 해당 교회를 개척한 장본인으로, 미투 사태 직전까지 당회장을 맡고 있었다. 수원 S교회는 전날(11일) 주일예배 주보에도 기존과 달리 당회장 사진과 경력 등을 안내한 ‘당회장 소개’ 부문을 뺐다. 대신 이 목사의 아들인 담임목사 소개만 실렸다.

앞서 수원 S교회 성도였던 여성 A(50대)씨는 지난 7일 한국일보를 통해 이 목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했다. A씨는 교회 소유 땅 1,600여㎡을 빌려 비닐하우스 9동을 지은 뒤 꽃집을 운영하던 것을 빌미로, 이 목사가 수 차례 희롱과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예쁜 사람이 혼자 살아 아깝다”며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A씨 유혹에 순간적으로 넘어가 딱 두 번 만났으나 실수였다”며 “목사의 양심상 괴롭고 겁이 나 그 뒤로 딱 끊었다”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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