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4 (월)

"나는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기로 했다"…인간관계도 ‘번아웃’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인간관계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길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학교나 직장 내에서 깊은 대인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것들에 대해 시간과 감정 소모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은 번아웃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인관계 때문에 번아웃을 경험한 직장인은 33%에 달했다. 번아웃에 따른 무기력감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퇴사 욕구가 증가했다고 답한 사람은 70%가 넘었다. 두통이나 수면장애를 겪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최근 2030세대들은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인 2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5.6%가 ‘나는 직장 내에서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답했다. 이 중 40%는 인간관계에 지쳐서 아웃사이더가 됐다고 답했다.

한 직장인 A씨(28)는 전 직장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퇴사한 이후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직장 동료들과 사석에서 빚어진 갈등이 업무 시간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퇴근길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A씨는 “당시 휴직계도 냈지만 ‘유별난 사람’이란 꼬리표까지 붙어 복직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고 했다.

이어 “이직한 회사에서는 일부러 동료들과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않으려 했고 사석은 물론 회식자리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수군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부럽다’, ‘용감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을 뿐더러 상사들도 ‘일만 잘하면 문제없다’는 식이라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대학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45%의 대학생들이 남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학교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 눈치 볼 필요가 없고 관태기(인간관계 권태기)를 겪는데 지쳤기 때문이다. 혼자 학교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도 10점 만점 중 7.2점으로 상당히 높았다. 또 아웃사이더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답변(15%)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답변(44%)이 더 많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26)는 “1학년 때는 학생회 활동도 하고 MT와 각종 총회 등도 열심히 참여했는데 선배들의 일명 꼰대질과 동기들 사이의 이간질에 질려 2학년 때부터 아싸(아웃사이더) 생활을 시작했다”며 “학교생활을 모두 혼자 계획할 수 있어 공부하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늘었고 성적도 상당히 올랐다”고 크게 만족했다. 또 “취업 후에도 가능하다면 지금처럼(자발적 아웃사이더) 지내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늘어나는 것을 개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보고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든 직장이든 군대식 상명하복, 개인의 감정은 배제되는 집단 우선주의 등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사람들을 스스로 고립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자발적 아웃사이더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극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집단의 잘못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면서 “잘못된 인간관계와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게 한 나쁜 관습 등을 사회 전체가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