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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개선 방안 발표 앞두고 금감원장 채용 비리 의혹에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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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번주 중 금융사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금융위원회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놓고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기싸움이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동력을 잃어버릴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셀프 연임'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지주사 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반면 이사회 권한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주주의 대리인에 불과한 회장이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사의 환경을 악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문제점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과 하나금융간 싸움이 재현된 게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의 의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위 내에서 나온다.

앞서 금융위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무산시키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신종 관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특정 금융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금융권 신뢰 회복’을 목표로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5년 전 최 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고, 하나금융 내부자가 아니면 이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금융 배후설까지 등장하는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최 원장은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은 주인 없는 금융회사의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인데, 금융당국 대 하나금융의 대결 구도로 비춰지는 등 오해의 소지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최 원장은 12일 오전 금감원 직원들에게 내부 메일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자신을 둘러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최 원장은 “본인은 채용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금감원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 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검사단 조사 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지난 11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 채용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이 증폭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 원장이 금감원 특별검사단을 꾸려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해 엄정한 사실 규명에 나서겠다는 발언은 자신은 물론 김정태 회장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의혹을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말부터 금융지주 회장들의 이른바 ‘셀프 연임'을 비판하면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했다. 급기야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을 뽑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절차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하나금융 회추위와 이사회는 당초 일정을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김 회장이 이달말 주주총회에서 3연임이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김 회장의 3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 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최흥식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게재됐다. 또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원은 오는 15일 서울중앙지검에 최 원장을 고발할 계획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 원장의 자질과 도덕성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다"며 “금융당국 수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지난주 최 원장의 채용비리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 금감원 블라인드앱에는 최 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감원 직원은 "직원들의 단체 모바일 채팅방에서는 ‘금감원 직원으로서 사기가 떨어진다’, ‘금융사를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는 말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는 오는 13일 대의원회를 열고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최 원장과 연관된 비위 의혹에 대해 금감원 직원들의 생각을 수렴할 것”이라며 “다만 최수현 전 금감원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의 사례를 들여다봤을 때 단순 ‘전달’로 직위를 박탈하는 등의 처분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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