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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성숙한 미투 응원 "욕설보다 법의 심판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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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오픈애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법원 판결에 앞선 '여론재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억울한 사람이 나오게 될 경우, 여론재판이 미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오후 5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서울 서부지검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취재진 사이에서 온갖 욕설을 쏟아냈다. 한 시민은 안 전 지사를 향해 "평생 감옥에서 썩어라" "X같은 XX" 등으로 부르며 비난했다.

같은 날 배우 조민기 씨는 서울 광진구 D 아파트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의 성폭력 관련 기사가 나올 당시, 일부 누리꾼은 "왜 사느냐"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배우 정일우 씨는 소셜 미디어로 조씨의 죽음을 애도했다가 비난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동료 연예인들이 조씨를 문상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유명인들이 재판 전에 운명을 달리하거나,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기 전에 사실상 유죄 판결을 받는 여론재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미투 응원과 법의 심판을 지켜보는 자세가 맞물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재판부가 유죄 선고를 내린 자만이 범죄인으로 불려야 하고, 단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되었다고 해서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헌법 제27조에 따르면,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적법절차의 이념에 따른 우리 형사소송체계에서는 '100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 있다.

유엔(UN) 세계인권선언 제11조 역시 범죄 소추를 받은 사람 누구나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장받는 공개재판을 통해 유죄 입증 전까지 무죄로 추정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투 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만일 허위사실이 한두 건만 나와도 미투 자체, 진정한 피해자가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에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법의 심판에 앞서) 한 인간 자체를 사회에서 매장하게 돼, 제2의 조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나 법원이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객관적인 판단을 그르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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