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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CIA국장 “트럼프 충동적 아냐”…북미 정상회담 불안 여론 진화 나선 참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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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이 11일(현지시간) 회담을 해도 북한의 비핵화 행동 이전에는 제재가 그대로 유지된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본 원칙을 밝혔다. 준비없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불안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트럼프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원칙과 조건

당국자들은 대북 압박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미 행정부는 회담이 열려 김정은이 미사일 실험이 중단됐다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증거를 제공할 수 있기 전에는 북한에 제재 완화나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오 국장은 CBS에서도 “정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며, 이번 대화가 진행되는 내내 북한에 계속 압박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내내 제시해온 목표(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어떠한 (제재) 완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만나자는 초청을 수락한 데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란 것이다. 폼페오 국장은 “북한 문제에 대해 계속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고 있으며, CIA는 김정은이 (미국이 보내는) 특정한 메시지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그에 대해 꽤 알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충동적이기보다는 더 계산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이 정도로 위험에 빠지고 압박에 시달리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김정은이 이번에 받아들인 조건으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김정은을 만나기에 적기라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도 ABC에서 “김정은은 북한에서 모든 권위와 모든 결정권을 가진 유일한 파트너”라며 “따라서 그는 유일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고, 한국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 비핵화 약속을 지킬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초청을 받아 들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회담이 이뤄지려면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 등 북한이 특사단을 통해 약속한 세 가지를 지켜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샤 부대변인은 “두 정상이 실제로 만나기 전에 북한이 세 가지 약속을 확인해야 한다”며 “그들은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없으며, 핵실험을 할 수 없고,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상회담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북한의 잘못, 그들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국자들은 다만 북한이 약속한 것 외의 추가적인 회담 시작 조건은 없다고 확인했다. 샤 부대변인은 정상회담에 전제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김정은이 한국에 전달한 (비핵화)약속들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 잠재적 회의 개최는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장관도 NBC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만남이 이뤄질 때까지 이것이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불안한 워싱턴 여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 “위대한 타결을 볼 지도 모른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워싱턴 조야의 반응이다. 폼페오 국장 등 당국자들이 휴일인 이날까지 여론전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벤 로즈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조관은 이날 ABC에서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부동산 거래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스스로를 최고의 협상가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준비 없이 협상장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NBC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매우 좋은 움직임”이라면서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을 매우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전멸 상태인 국무부를 가지고 그렇게 복잡한 협상을 하는 게 걱정”이라며 “한국 대사도 없고, 이 지역 차관보도 없다”고 비판했다.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에 이은 조셉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은퇴 등에 따른 대북 외교라인의 공백 상태를 지적한 것이다.

북한과의 반관반민, 1.5 트랙으로 비공식 대화를 해온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과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함께 기고한 글에서 “현 상황에서 최대 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백악관은 경험 있는 외부 전문가들에게라도 손길을 뻗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언론들도 트럼프 정부가 못 미덥다는 모습이다. 정상회담 발표 직후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 짚은 게 거의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눈 감고 걸어가 독재자와 대좌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초청을 응낙한 갑작스러운 태도, 나아가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복잡한 국가안보 이슈에서 제대로 된 정보도, 준비도 없이 김정은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는 사실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에서 “놀라운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세계 질서의 전략적 패배로 귀결될 수도 있다”라며 곳곳에 위험이 깔린 회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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