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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금융위기 이후 다국적기업 법인세율 '뚝'…개인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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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구호'된 세제강화…감세경쟁에 2008년 이후 다국적 대기업 실효법인세율 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국적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각국의 세제개혁과 조세회피 단속 노력이 구호에 그쳤음을 방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면 개인 세율은 더 큰 폭으로 올라 각국 정부가 국민에게 세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다국적 대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약 26%에서 2016년 24%로 약 9%(2%포인트)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1991년 이후 9개 업종의 시총 상위 10대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업종별로는 기술·산업 부문의 법인세율 하락 폭이 약 13%로 가장 컸다. 헬스케어·소비재·소재업종은 큰 변화가 없었다.

미히르 데사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각국의 세제 강화와 관련해) 눈에 띄는 행동과 제스처가 많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감세와 특허박스(patent box)가 법인세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특허박스는 지적재산권에서 발생한 수익에 감세혜택을 주는 제도다. 각국이 겉으로는 기업에 대한 조세 규제를 강화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갖은 명분으로 세 부담을 덜어줬다는 얘기다.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세제 강화를 강조했다. 경기침체 속에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세수 확충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G20(주요 20개국)과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크게 던 건 각국이 실제로는 감세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 살리기' 외엔 마땅한 성장해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데사이 교수는 조세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대단한 아이러니 아니면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각국 정부는 기업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개인에 대한 증세로 메웠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회사 KPMG에 따르면 2008년 이후 OECD 회원국의 법인세율은 평균 5% 낮아졌지만 개인 세율은 6% 높아졌다.

마이클 데브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각국의 기업 감세 경쟁이 끝날 것 같지 않다며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 조치가 조세 경쟁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원래 35%인 연방 법인세율을 21%로 낮췄다.

주목할 건 다국적 기업들이 덜어낸 법인세 부담에서 정부의 감세 조치가 차지한 비중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감세 전략을 추진해왔다는 의미다. 국가 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이 대표적이다. 법인세율이 낮거나 제로(0)인 곳으로 법인을 옮기는 '세금 바꿔치기'(corporate inversion)도 여기에 속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미국에서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것도 BEPS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미국의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막대한 수익을 쌓아두고 있으며 해외 현금이 많은 기업일수록 실제로 부담한 법인세율이 훨씬 더 낮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해외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35%인 세율을 일시적으로 15.5%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 500대 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은 2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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