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2 (토)

[종합]경찰청, '軍사이버사 댓글 공작'에 경찰 개입 의혹 수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검찰, 경찰청 압수수색


軍사이버사에서 '악플러' 자료 등 2년 가까이 파일로 넘겨받아

2011년 보안사이버대장 지시로 정부 정책 지지 댓글도 게재
경찰청, 금명간 치안감급 이상을 단장으로 특별수사단 구성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과거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요원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 네티즌을 색출하는 군(軍)의 작전에 관여하고, 특정 성향의 인터넷 댓글을 올려 여론조작과 정치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경찰의 자체 진상조사에서 일부 확인됐다.

경찰청은 국군사이버사령부(군사이버사)의 '블랙펜(Black Pen)' 활동 관련 경찰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경찰청 보안국이 진상조사팀(TF)을 자체 구성·조사한 결과, 지난 2011년 당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당시 상사로부터 정부정책에 대한 지지 댓글을 게시하도록 지시를 받아 일부 실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총경급 이하 관련직원 32명을 상대로 조사 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경찰관 한 명과의 대화 과정에서 정부 지지 댓글 개제 사실을 전해들었지만, 이후 조사에서는 해당 경찰관이 "공식적인 업무 일환"이라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은 주로 정부나 정책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당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여론조작이나 정치·선거에 개입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블랙펜'은 군사이버사가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하는 '악플러' 색출을 위해 펼친 작전을 칭한다. 2011년 초부터 2013년 10월까지 종북·반정부·반군 세력 색출을 목적으로 블랙펜 분석팀이 가동됐다. 당시 군사이버사는 악플러를 '블랙펜'과 '레드펜'이라는 위장 용어로 함께 썼고, 우익세력을 '블루펜(Blue Pen)'으로 지칭했다.

블랙펜 작전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군사이버사는 비판 성향의 네티즌 아이디를 모아 민간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특별관리대장으로 전달했고, 경찰은 이를 넘겨받아 신원 및 인적사항 등을 추적해 군의 작전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2010년 당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A경정은 군사이버사로부터 2년 가까이 '블랙펜' 자료를 넘겨받아 휴대용저장장치(USB)에 보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A경정은 2010년 12월15일 경찰청 주관 유관기관 워크숍에서 군사이버사 직원한테서 '블랙펜' 자료가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받은 후, 그 때부터 2012년 10월5일까지 아내 명의로 개설한 이메일을 통해 인터넷 댓글 게시자의 ID·닉네임·URL 등 1646개가 정리된 214개 파일(한글파일 209개·엑셀파일 5개)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경정이 받은 파일은 언론기사 관련 157건, 화면캡처사진 관련 47건으로, 성격별로 국보법 관련 140건, 정부정책관련 43건, 군 관련 21건 등이라고 경찰청 보안국은 설명했다.

진상조사팀이 블랙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의 내사 1건 및 통신조회 26건과 정보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도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A경정은 댓글자료를 소속 직원들에게 제공, 댓글 게시자에 대한 내사를 진행했다.

이에 경찰청은 치안감 이상급을 단장으로 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을 구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명간 수사단이 구성되면 수사는 본격적으로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요원들이 군사이버사로부터 넘겨받은 아이디나 닉네임 등의 정보를 대공 관련 수사나 내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민간인 사찰 등에 위법하게 활용했는지 여부다.

또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요원들이 국정원 사이버심리전단 요원처럼 조직적으로 상부의 지시를 받아 정치적으로 편향된 성격의 댓글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게재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게 핵심이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2010~2013년 동안에는 본인들이 A경정에게 자료를 받아 내·수사를 진행할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A경정은 기관대 기관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 간 업무 협조차원에서 (자료를)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pjh@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