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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미래에셋대우, 여의도로 퍼지는 미투 열기에 “회식 자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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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도 임직원들에게 회식 자제령을 내리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대표이사)은 지난 9일 사내방송을 통해 “과도한 회식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가급적 저녁 회식을 자제하고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확대하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임원 회의에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건전한 회식은 업무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순기능을 하지만 적정선을 넘어서면 오히려 의사소통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최 부회장이 과도한 음주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낸 것일 뿐 회식 자체를 금지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에셋 임직원들은 ‘당분간 회식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인식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006800)의 한 임원급 관계자는 “잇따른 미투 폭로로 우리 사회 전체가 예민한 시기에 대표(최 부회장)가 직접 나서서 음주 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며 “자제하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직원 입장에선) 사실상 회식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내방송에서도 최 부회장은 회식 자제령을 언급하기에 앞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조직내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후임 직원에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한 적이 없는지, 성차별적 업무분장이나 평가를 하지 않았는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임직원 수는 4659명이다. KB증권(3012명)이나 NH투자증권(2859명), 한국투자증권(2580명) 등 주요 초대형 IB(투자은행)와 비교해도 1500~2000명 이상 많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환경이라는 의미다.

문화·예술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된 미투 운동은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D증권사에서는 현직 지점장이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가 사표를 쓰는 일이 발생했고, S증권사의 경우 사내 게시판에 ‘8년 전 지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제보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도 미투 관련 폭로가 잇달아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증권사 대부분이 숨죽여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내가 속한 조직에서도 ‘행동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구두 지시가 내려왔다”고 귀띔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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