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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르포]쇼핑메카 1번지 '명동'의 현실…"사드에 상권 전체가 죽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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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여파 속 관광객 수 회복 기미 없어
"인산인해였던 때가 언제였나" 휑한 거리
의류·잡화 상점, 식당, 노점 등 상권 전체 신음
면세점에 쌓이는 화장품 재고 "팔리는 것만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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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명동 거리. 한창 붐벼야 할 저녁인데도 휑하다.(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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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웰컴! 피프티 퍼센트(50%) 세일!"

11일 서울 명동의 A 화장품 로드숍 정문 앞. 테스트용 제품을 든 점원의 호객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서비스 상품으로 유인하고 손을 잡아 끌어도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은 못 본 척 지나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 후 1년.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과 내국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던 명동은 이제 '한국 대표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드 여파에 요우커 깃발부대는 실종된 지 오래다. '언제까지 요우커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3월 중국 당국이 자국 여행사에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 조처를 내린 이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9353명으로 전년 806만7722명보다 48.3% 급감했다. 화장품 가게를 비롯해 의류ㆍ잡화 상점, 식당, 노점 등 요우커 의존도가 높았던 명동 상권 전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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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어 한산한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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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이 명동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치고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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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을 해도 사람이 오지 않자 잠시 쉬던 화장품 가게 점원은 "거리에 사람이 물밀 듯 밀려 들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다"며 "지난해 한참 없을 때(사드 보복 직후)에 비해 조금 늘어난 게 이 정도"라고 토로했다. 실제 화장품 매장 안에는 점원이 손님보다 많았다.

옷 가게 대부분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큰 폭의 할인전에 나선 상점 몇 곳에만 외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식당들도 테이블을 채우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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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기다리는 명동 노점 상인.(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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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노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먹거리를 파는 한 노점 상인은 "사드 사태 전보다 하루 매상이 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또 다른 상인은 "과거 정신없이 준비한 음식ㆍ물건을 동내던 호시절이 가물가물하다"고 전했다. 이날 270여곳에 이르는 노점 중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거나 북적이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160곳 정도인 음식 노점만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여타 업종은 그냥 놀 순 없으니 장사하러 나오는 수준이라고 노점 상인들은 귀띔했다.

명동 면세점은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늘 휑하다. 과거 장사가 잘 될 때 롯데면세점 내부에선 '명동 본점은 (고객으로 가득 차) 바닥이 보이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양손 가득 쇼핑백에 커다란 캐리어까지 끌고 쇼핑을 즐기던 요우커들을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보따리상만 부쩍 증가했다. 한국면세점협회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128억달러 규모였다. 전년 106억 달러보다 20.8%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보따리상들의 싹쓸이 쇼핑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경쟁 격화에 따른 할인 마케팅 등으로 수익성은 떨어졌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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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한 면세점의 화장품 매장 앞에 중국인 보따리상 전달용 상품이 쇼핑백에 담겨 쌓여 있다. 일반 고객들이 커다란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든 모습은 사라졌다.(사진=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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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인 12일 새벽 6시 명동의 한 면세점 앞. 해가 뜨기도 전 수 십명에 이르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매장 앞에 진 치고 있었다. 이들이 면세점 개장(9시30분) 3시간 반 전에 와 줄 선 목적은 '인기 화장품 물량 확보'다. 면세점 문이 열리자 보따리상들은 특정 화장품 매장으로 전력 질주했다. 매출이 올라도 면세점은 웃을 수 없다. 없어서 못 파는 일부 품목과 반대로 재고로 남는 품목 양이 늘어나는 탓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특정 브랜드 특정 제품만 골라 싹쓸이해가는 보따리상 때문에 일부 안 팔리는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 처리 해야 하는 악성 재고로 쌓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사드 보복이 시작 된 이후 보따리상이 면세점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은 1년 동안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져왔다"고 덧붙였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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