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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韓, 4수끝 ‘채권 선진국’에… 이자 年 수조원 절감-환율 안정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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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세계국채지수 편입

‘시장 접근성’ 부정평가에 잇단 불발… 거래시간 연장 등 개선 끝에 성공해

세계 9번째 규모 국채 투자처로… 은행-회사채 시장에도 안정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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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한국은 단번에 세계 9번째 규모의 국채 투자처로 발돋움하게 됐다. 기존 25개국에 이어 26번째로 ‘지각 편입’됐지만 전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이어 9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4번째 도전 만에 편입에 성공하면서 75조 원 이상의 투자금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떨어져 연간 수조 원의 정부와 기업 이자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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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에 ‘4수’ 끝 편입

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1월부터 한국을 WGBI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와 함께 양대 ‘국채 선진그룹’으로 꼽히는 WGBI는 추종 자금이 2조5000억∼3조 달러(약 3400조∼4000조 원)에 이른다.

BBGA에 2002년 일찌감치 편입된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2008년부터 WGBI 편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에 불편이 있는지를 보는 시장 접근성 항목에서 계속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2022년 9월에야 편입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같은 문제에 발목을 잡히면서 1년 반 동안 3차례 편입이 불발된 상황. 정부는 올 6월 국채 통합 계좌를 개통한 데 이어 7월에는 외환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등 투자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날 FTSE 러셀은 한국의 시장 접근성에 ‘불편함이 없다’(레벨 2)고 평가하면서 편입을 결정했다.

WGBI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를 비롯해 초우량 투자자의 추종 비중이 높은 채권 지수로 꼽힌다. 통상 WGBI 같은 주요 벤치마크 지수는 편입 즉시 자금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편입 비중이 2.22%에 이르는 한국 국채 시장에는 내년부터 560억 달러(약 75조 원) 이상의 자금이 순차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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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 이자 감소 및 원화값 상승 기대

정부는 WGBI 편입으로 우선 국채 수급과 금리 두 측면에서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 사이에서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국채 발행 금리도 상당 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내년에 국고채 발행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누가 받아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WGBI 편입으로 수급 불안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WGBI 편입으로 인한 국채 금리 인하 효과는 한국금융연구원은 0.2∼0.6%포인트, 자본시장연구원은 0.2∼0.7%포인트 수준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WGBI 편입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는 편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고채 발행 잔액이 998조 원까지 늘면서 이자 비용은 23조 원에 이른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WGBI 편입으로 정부와 기업이 합쳐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채, 회사채 시장에서도 금리 안정화 효과가 발생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가 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우리 자본시장은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나 국가 신용도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왔다”며 “우리 채권 시장에 대한 평가가 경제 체급에 맞게 조정됐다”고 말했다.

외환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건전 재정 기조를 비롯한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가 이뤄낸 쾌거”라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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