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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수입차 두 대 중 한 대 '벤츠·BMW'...부익부빈익빈 심화 '건전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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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 수입차가 사상 최대 점유율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작 시장은 소수의 브랜드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수입차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부익부 진영의 수입차는 월등한 브랜드 경쟁력, 대규모 할인판매 등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 중이다.

◆ 한국GM,르노삼성이 잃은 시장 점유율 수입차가 흡수

12일 국산 각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2월 수입차는 1만9928대로, 내수 승용점유율 18.5%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2월 14.1%와 비교해 4.4%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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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점유율이 각각 1.1% 포인트(33.6%→34.7%), 1.3% 포인트(29.2%→30.5%) 늘었다. 반면 한국GM은 4.2% 포인트(9%→4.8%), 쌍용차 0.6% 포인트(7.1%→6.5%), 르노삼성차 2.0% 포인트(7.0%→5.0%)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상승이 총합 2.4% 포인트 증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한다면 국산 하위 3사의 떨어진 6.8% 포인트 가운데, 4.4% 포인트는 수입차로 흘러간 셈이다. 결국 수입차의 국내 내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인식이다.

디젤게이트로 인해 연간 8만대쯤을 합작하던 폭스바겐,아우디가 빠졌음에도 수입차는 오히려 연간 판매량을 끌어 올리며 분투하고 있다. 실제 수입차 시장은 2017년 전년대비 3.5% 증가한 23만3088대를 내보냈으며, 단 두달 집계된 2018년은 전년대비 무려 24.7% 늘어난 4만1003대로 질주 중이다. 같은 기간 국산 승용 판매는 9만8710대에서 8만8082대로 10.8% 위축됐다.

◆ 이례적 인기 왜?…국산차 주춤한 틈타 할인폭 늘려

수입차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국산차 시장의 부진이 크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국산공장 폐쇄, 구조조정, 지원 요청 등 일련의 과정 탓에 소비자 심리가 불안해져 판매량이 곤두박질 쳤다. 판매 품목 숫자가 적은 르노삼성차, 쌍용차 역시 주력 제품에서 현대,기아차가 공세를 시작하자 흔들리는 모습이다. 다만 점유율이 현대,기아차가 아닌 수입차로 흘러간 부분은 일반적인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수입차는 2018년 들어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 판매 1,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할인 판매를 이끌고 있다. 벤츠는 원래 할인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였으나, 최근 C클래스와 E클래스를 중심으로 최대 1000만원에 이르는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E클래스는 인기 트림인 E 300의 물량이 국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한단계 낮은 E 200은 재고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때문에 E 200의 할인판매를 통해 재고 정리에 나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BMW는 1월부터 3시리즈를 최대 1700만원 할인하는 등 대공세를 펼쳤다. 역시 신형이 나오기 전에 재고를 털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여러 조건이 붙는 할인이었지만 수입차를 고려하던 소비자에게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할인폭이다.

벤츠와 BMW 뿐 아니라 다른 수입차 역시 할인 규모를 늘리며 판매량을 높이는 중이다. 닛산의 경우 2월까지 2990만원의 중형 세단 알티마를 300만원쯤 할인했다. 푸조는 차종에 따라 150만원에서 10% 할인을 진행했고, 도요타, 혼다, 짚 등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차가 할인에 나서고 있다.

◆ 특정 브랜드 편중된 수입차 시장…건전성 해쳐

수입차 시장에 있어 할인은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모두 할인 판매의 덕을 보는 것은 아니다. 수입차 시장 안에서도 점유율 편중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벤츠와 BMW는 2018년 수입차 누적 판매량 4만1003대 가운데, 무려 2만5226대를 합작해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판매된 수입차 두 대 중 한 대는 벤츠거나 BMW 였다는 의미다. 2위 BMW(1만1525대)와 3위 렉서스(2256대)의 판매량 차이는 무려 9269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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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벤츠와 BMW는 나란히 2월 1만대 판매를 넘겼다. 2017년 1만대 판매를 넘긴 건 수입차 24개 브랜드 가운데, 불과 6개 뿐이었다. 벤츠와 BMW는 18개 수입차 브랜드가 밟아보지 못한 1만대 판매를 두달 만에 달성한 셈이다.

판매량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1,2위와 나머지 브랜드의 할인 여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수입차 할인은 미리 정해둔 영업마진을 줄여 책정한다. 할인폭이 크면 그만큼 한대당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할인으로 판매가 늘면 전체 수익 규모는 늘어난다. 대당 수익 폭을 줄이는 대신 전체 수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박리다매' 전략인 셈이다.

'박리다매' 전략은 절대 하위 브랜드가 사용할 수 없다. 누가 더 자본을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의 싸움인 탓이기 때문이다. 또 대표적인 과시형 소비재인 수입차 특성상 가치가 높은 브랜드 일수록 더 잘 판매된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브랜드 A의 5000만원 제품을 1500만원 할인하고, 대중 브랜드 B의 4000만원 제품을 500만원 할인해 두 제품의 가격이 같아졌을 때, 소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인식이 더해져서다.

이렇듯 프리미엄 브랜드의 할인은 '할인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미 갖춰진 브랜드 파워에 할인이 더해지니,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다시 할인 판매가 가능한 규모를 갖추게 된다. 반면, 하위 브랜드는 '할인의 악순환'에 빠진다. 할인 판매로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판매량도 크게 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과 소비자는 할인을 원하기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고혈을 쥐어짜게 된다. 시장 건전성이 극도로 나빠지는 배경이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수입차 시장의 확대는 국산차와 경쟁 구도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국산차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시장 확대는 수입차 브랜드 모두가 참여해야 의미가 있는 것으로, 특정 브랜드에만 쏠려있는 현재 구조는 비정상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싸게 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수입차 시장의 건전성이 무너져 몇 개의 브랜드만 남게 된다면 수입차가 우리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나 소비자 선택권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IT조선 박진우 기자 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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