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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클래식…평창올림픽 스타 황수미 등 별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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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기대 이상의 성과와 완성도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다른 올림픽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개·폐회식을 진행한 점도 큰 칭찬을 받았다. 국악과 우리 춤, 고대 신화에서부터 새로운 세대들의 미래 예시, 케이팝과 EDM의 열정까지 우리가 지닌 가치와 빛깔이 아름답게 수놓아졌다.

그렇지만 내내 아쉬운 것이 있었다. 이 속에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4 소치올림픽의 개·폐회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 부분에서 다소 약세였던 중국은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자국 피아니스트 랑랑을 메인 스타디움에 세워 그들의 클래식 음악 역량을 자랑했다. 클래식 음악 강국인 러시아도 안나 네트렙코, 데니스 마추예프 등을 앞세웠다.

우리는 개회식에서 소프라노 황수미가 올림픽 찬가를 부른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한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클래식 음악 강국이다.

초창기 선구자 격인 피아니스트 한동일부터 한국 음악가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 백건우, 강동석 등 1세대 음악인들이 있다. 또 한국이 배출한 쓰리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과 차이콥스키와 베르디 콩쿠르 우승자인 최현수와 김동규, 김남두, 백혜선, 양성식, 양성원, 고성현, 신동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장영주, 장한나 등 2세대도 화려하다. 임선혜, 임동혁, 김선욱, 조성진, 손열음, 클라라 주미 강, 임지영, 문지영, 리처드 용재 오닐, 성민재, 허 트리오 등의 3세대 음악가도 맹활약 중이며 김봄소리, 김다미, 에스더 유, 노부스 콰르텟 등의 신세대 또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테너가 좀처럼 나오지 않던 한국에서 테너 이용훈이 전 세계 오페라 극장을 주름잡고 있고, 게르만 민족에게나 해당되는 것 같았던 바이로이트 축제에서는 강병운, 전승현에 이어 연광철, 사무엘 윤, 김동섭이 트리플로 활약한다.

그뿐인가. 기악 부분보다 덜 부각돼 늘 아쉬웠던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서선영과 박종민, 유럽 각국 오페라 극장 주역으로 활약 중인 홍혜란, 정호윤, 최원휘, 이동환, 강요셉 등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음악가가 한국을 빛내고 있다.

클래식 음악 본고장이면서도 약 100년간 이렇다 할 스타급 작곡가나 연주자를 배출하지 못한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하면서 한국 클래식 음악 교육 시스템을 둘러봤다. 클래식 음악 문화권이 아니었던 아시아 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토록 많은 세계적 연주자를 배출했는지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물며 벨기에 영화감독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비밀’이라는 영화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가장 잘 모르는 것이 정작 우리나라인 듯하다. 세계가 한국 클래식 스타 배출에 놀라워하지만 정작 한국의 음악가들은 모국의 이렇다 할 관심도, 지원도 없는 현실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같은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에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몇 명이라도.

매경이코노미에서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를 소개한 지 6여년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어느덧 마지막 원고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 특히 한국 클래식 음악가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지원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그간 읽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매경이코노미

[최영옥 음악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8호 (2018.03.07~2018.03.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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