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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그린벨트 개발한 서민용 아파트가 9억원?...고분양가 휩싸인 과천지식정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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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지식정보타운 민간 아파트 예상 분양가

대우건설컨소시엄 3.3㎡당 2670만원 산정

'반값'이던 공공주택지구 분양가 치솟아

땅값, 조성원가서 감정가격으로 변경된 탓

과천시 분양가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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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이 분양을 앞두고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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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2670만원. 정부가 국민주택 규모로 정했고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전용 84㎡(33평형) 가격이 9억원. 최근 1년간 서울에 분양된 민간 아파트 분양가(3.3㎡당 2190만원)보다 22% 더 비싸다. 수도권 전체 평균(1520만원)의 두 배에 가깝다.

서울 평균 가격의 아파트(6억8600만원)를 팔아도 살 수 없는 금액이다. 수도권 중간 가격(4억1800만원) 아파트 두 채와 맞먹는다.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분포를 보면 수도권 650여만 가구 중 6억원 초과가 28만 가구로 4.3%였다. 공시가격은 시세의 80% 선이어서 분양가 9억원의 공시가격은 7억원가량.

9억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가 15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월평균 소득 474만원). 정부가 세금 중과, 중도금 대출 제한 등을 적용하는 고가주택의 기준이기도 하다.

5월께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처음으로 분양되는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다. 요즘 이 단지의 고분양가 논란으로 과천이 시끌벅적하다.

3.3㎡당 평균 2670만원은 대우건설컨소시엄이 분양에 앞서 과천시에서 승인받은 주택건설사업계획서의 사업비다. 사업비는 이 사업의 비용과 이윤 등으로, 업체가 과천시에 정식으로 분양승인을 신청하기에 앞서 잠정적으로 산정한 분양가 총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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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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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서 매입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사업비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택지지구·신도시 같은 공공택지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다. 상한제에 따르면 땅값과 정부가 3월과 9월에 고시하는 건축비 범위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과천 시세보다 3.3㎡당 400만원 저렴


3.3㎡당 2670만원은 과천 시세(3.3㎡당 3200만원 선)보다 500만원가량 낮다. 지난 1월 분양된 과천주공7-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분양가(2955만원)와는 3.3㎡당 300만원 정도 차이난다. 전용 84㎡ 기준으로는 1억원 싼 셈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단지는 상한제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로또 아파트’로 기대를 모아왔다.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린 것은 예상보다 훨씬 비싸서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개발한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에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5차에 걸쳐 그린벨트를 해제한 보금자리지구를 선정했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싸기 때문에 개발비용이 적게 들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다.

정부는 공공주택지구 추진 배경을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및 주거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촉진해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이바지하는 공공주택을 원활히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2011년 마지막 5차 지구의 하나로 발표됐다. 135만㎡의 부지 모두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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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차 보금자리지구 발표 때 과천지식정보타운을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동시에 일자리와 주택이 함께 어우러진 자족형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식기반산업단지와 8400여 가구의 주택이 들어설 계획이다.

강남권 공공택지 분양가 2000만원 미만


그동안 보금자리지구의 주택은 분양가가 저렴해 분양시장의 '블루칩'이었다.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서 ‘반값 아파트’로 불렸다. 20년 강남권의 세곡·내곡지구에서 나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1150만원이었다. 당시 주변 시세는 평균 2100~22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과천지식정보타운 예상 분양가는 공공주택지구는 물론 공공택지 분양가 중 가장 비싸다. 강남권도 능가한다. 지금까지는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가 최고가였다. 2014년 대우건설이 분양한 위례 중앙 푸르지오가 3.3㎡당 1845만원이었다.

올해 하반기 4년 만에 위례 분양이 재개될 예정인데 분양가가 오르더라도 3.3㎡당 2000만원 선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미니 공공주택지구인 송파구 오금지구 분양가가 3.3㎡당 1676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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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과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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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지식정보타운은 다른 공공택지와 비교해 조성원가가 비슷하거나 적은데도 아파트 분양가가 높다. 조성원가는 LH가 보상 절차를 거쳐 토지를 확보해 주택 용지 등으로 쓰기에 적합하게 땅을 다듬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을 말한다.

사업부지 3.3㎡당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원가가 850만원으로 추정된다. 위례가 1132만원이고 오금은 1127만원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 규모가 비슷한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는 894만원이다. 올봄 분양예정인 감일지구 하남포웰시티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1700만원대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분양가가 비싼 이유는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 공급하는 땅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민주택 규모 택지 공급가격 변경


정부는 주택경기가 회복되기 전인 2014년 5월 공공택지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공동주택 용지 공급 가격을 조정했다. 공급가격 ‘합리화’를 내세워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하던 전용 60~85㎡의 가격을 감정가격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85㎡ 이하는 조성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매기고 85㎡ 초과만 감정가격이었다.

원가에 따라 택지비를 산정하는 조성원가 연동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분양가를 낮춰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의 택지 공급가격 합리화는 땅값 하락으로 알부 지역에서 감정가격이 조성원가보다 낮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인기지역의 땅값 재갈을 풀어놓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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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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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격은 개발비용 외에 주변 시세,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준시세다. 대개 조성원가의 1.3~1.5배인데 지역에 따라 훨씬 비싸기도 한다. 하남 감일에선 감정가격이 조성원가의 1.8배에 달한다. 성남시 고등지구에선 1.6배다.

대우건설컨소시엄에 공급된 과천지식정보타운 감정가격은 조성원가의 2배가 넘는다.

땅값이 조성원가에서 감정가격으로 올라간 만큼 택지비 상승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오르게 된다. 위례 등 다른 공공택지의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택지가 감정가격으로 바뀌기 전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에서 택지가 감정가격으로 공급된 뒤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300만원 정도 올랐다.

감정가격이 되면서 과천지식정보타운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500만~600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간에 정부 정책이 바뀌는 바람에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려던 공공주택지구의 의미가 퇴색한 셈이다.

분양가상한제 효과 반감


분양가상한제 효과도 떨어졌다. 땅값이 시세와 큰 차이 없는 감정가격으로 매겨지면서 상한제 가격에 주변 시세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크게 오르면서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된 과천지식정보타운 주택은 무주택 수요자에게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공공주택지구에선 무주택기간 등으로 매긴 청약가점에 따라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 공급한다. 전용 60~85㎡는 전량, 85㎡ 초과 50%다. 무주택자는 청약가점이 높아도 돈이 없으면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과천지식정보타운의 최종 분양가가 큰 폭은 아니더라도 다소 조정될 수 있다. 대개 사업자가 깐깐한 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의를 받는 동안 사업계획보다 낮춘다.

지난해 고양시 지축지구에서 대우건설과 반도건설은 분양가를 사업계획보다 10%(3.3㎡당 140만원) 인하해 확정했다.

대우건설은 과천시민 등으로부터 벌써 분양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사업계획의 건축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다. 대우건설이 계산한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으로 다른 단지에 적용한 금액보다 높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고양 지축지구에서 산정한 건축비는 700만원대다. 정부가 이달 발표한 건축비는 620만원이다. 여기다 업체는 특화설계 등의 가산비를 추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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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분양된 과천 주공7-1단지 재건축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 과천지식정보 타운 분양을 앞두고 청약 성적이 기대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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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비가 LH로부터 산 금액보다 32% 더 많게 계산돼 있다. 택지비는 택지공급가격에 택지 공급부터 분양 시점까지의 이자와 다른 필요경비를 포함한다. 대개 택지공급가격의 15% 선이다.

대우건설이 사업계획 상의 분양가 대로는 분양가 심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과천시는 “아직 분양가 심의가 신청되지 않았다”며 “분양가 심사위원회가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심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로또 아파트’의 반 토막 난 대박이라도 거머쥐기 위해 청약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분양된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도 일부 주택형의 경우 1순위 미달을 보일 정도로 청약 성적이 좋지 않았다. 주택수요자가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꽂혔기 때문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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