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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흠집나면 스스로 고친다"…4차 산업혁명 대응 新소재 개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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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전기자동차 및 IoT 소재 개발 본격화…4차 산업혁명 대응 선도그룹 韓기술 3.1% 불과]

머니투데이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가 최근 개발한 자가 치유 기능을 지닌 ‘엘라스토머(탄성중합체)’/자료=화학연



SF(공상과학)영화 ‘터미네이터2’ 속 액체로봇 ‘T-1000’. 총상을 입거나 잘리면 스스로 상처를 복원하는 능력이 압권이다.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일정부분 자가치유능력을 갖춘 신소재가 개발돼 IoT(사물인터넷)센서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발전과 전기자동차 등 미래 에너지원분야의 신소재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에너지를 더 오래, 더 싸게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시장 주도 여부는 결국 소재기술 경쟁력에 좌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근 크게 주목받는 신소재기술·연구동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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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자 소재를 광활성층으로 사용한 대면적·고효율 유기태양전지/사진=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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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절단, 자동 원상복구=IoT기술이 생활 전방위로 확대된다. 이를테면 시내 교량 곳곳에 초소형 IoT센서를 설치, 진동·균열·침수 등 이상상황을 감지한다. 철도설비에 적용된 IoT센서는 차량진동 및 레일온도 등을 실시간 파악한다. 2025년 전세계에 깔린 스마트센서가 1조개 넘는 ‘트릴리온(trillion)센서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이렇게 많은 IoT센서를 사람이 일일이 점검할 수 없고 망가지면 그대로 방치된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소재분야에선 흠집·절단 등 외부 스트레스가 발생해도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오는 고분자물질 개발이 절실하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기존보다 강도가 2배 높고 자가치유능력까지 갖춘 ‘엘라스토머’(탄성중합체)를 최근 개발했다. 엘라스토머는 외력을 가해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외력을 제거하면 본래 길이로 돌아가는 고무와 같은 성질을 지닌 고분자물질이다. 자가치유기능을 지닌 소재는 대부분 자체 강도가 낮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내부 고분자가 쉽게 이동하는 원리로 치유기능을 부여하는데 이 경우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없다.

화학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가 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에 황화합물을 첨가하는 방식을 썼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렇게 제작된 엘라스토머는 2시간 만에 원래 기계적 강도를 80% 이상 회복했고 6시간 후 5㎏의 아령을 들 정도로 완전히 회복했다.

이를 센서에 적용하면 스크래치가 나도 30분 안에 자동복구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신물질은 4차산업용 센서 소재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마켓앤드마켓은 자가치유소재의 세계시장 규모가 2021년까지 24억4700만달러(약 2조 6212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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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규소 나노입자 개발 과정/자료=에너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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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에너지원 소재, 용량 ‘늘리고’ 단가 ‘낮추고’=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손해정 책임연구원팀이 ‘프린팅 공정’에 적합한 태양전지용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차세대 에너지원의 하나인 ‘태양전지’는 전지효율을 높이는 것만큼 ROI(투자 대비 효과)를 향상할 수 있는 대면적·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소재 개발이 지상과제로 대두해왔다.

프린팅 공정은 태양전지를 인쇄하듯 찍어내는 것으로 대면적 태양전지를 대량생산할 때 적합하다. 연구진은 태양전지 전극 사이에서 빛을 흡수, 전기를 생산하는 ‘광활성층’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고분자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기존 태양전지용 소재보다 유기용매에 잘 녹는 데다 기판 위에 코팅한 뒤에도 뭉치는 현상이 적다. 연구진은 새 고분자소재를 투명 전극 위에 350㎚(나노미터·1㎚=10억분의1m) 두께로 프린팅한 후 1㎠ 면적의 유기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이 태양전지의 광변환 효율은 유사 소재로 만든 태양전지 효율(7.35%)보다 높은 9.45% 정도로 나타났다.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소재 개발 분야는 단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다. 한 발 앞선 배터리소재 기술은 전기차산업의 주도권을 쥘 열쇠란 판단에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은 최근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 용량을 2배로 늘리고 핵심소재 제조단가는 기존 판매되는 제품의 절반으로 낮춘 신소재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에너지연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음극재를 기존 흑연 대신 산화규소(SiOx) 나노입자로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조단가는 ㎏당 30달러(약 3만원) 수준으로 같은 음극재로 만든 리튬이온전지를 유일하게 상용화한 일본기업보다 30~50% 저렴하다. 대기압·저온공정인 데다 한번 주입한 반응가스를 재사용토록 한 덕분이다. 개발을 이끈 에너지연 장보윤 박사는 “산화규소 나노분말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적용되면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신소재가 등장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소재·부품 중 글로벌 선도그룹에 속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내기술은 전체의 3.1%로 한 자릿수에 머문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핵심 소재부품은 기존 주력 사업은 물론 융복합 신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다”며 “전도성·고강도·경량 등 특징을 지닌 첨단소재 개발에 집중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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