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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MT리포트]KB금융도 리스크위서 행장 배제…사내이사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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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은행지주회사별로 차별적인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회장의 힘을 빼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왕적인 지배구조에 대해 일언반구 말도 없이 용납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다른 의도를 갖고 특정 금융회사를 겨냥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5일 발표할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금융회사별로 제각각인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누더기가 된 금융지배구조]<3>리스크관리위에서도 빠지는 사내이사…"책임경영 실종" 우려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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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들이 이사회 내 각종 소위원회에서 배제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외이사 추천에 관여하지 못하면서 사외이사 견제가 불가능해졌고 리스크 관리와 같은 핵심 경영 현안에도 빠지면서 '책임경영'이 실종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비상임이사인 허인 KB국민은행장을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이 완료되면 이같이 이사회 내 소위원회 구성원을 바꿀 계획이다. 리스크관리위는 M&A(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 대규모 투자 등 그룹 차원의 주요 경영사항 전반을 사전 심의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지난해말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에 내린 '경영유의사항'의 영향이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김병호 경영관리부문 부회장과 함영주 경영지원부문 부회장(KEB하나은행장 겸임)이 지주사 사내이사로 리스크관리위에 참여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기능의 독립성 약화 및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리스크관리위와 관련해 금감원의 지적이 없었지만 하나금융에 대한 요구가 사실상 리스크관리위에서 사내이사ㄴ는 물론 계열사 관계자까지 빼라는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돼 허 행장을 리스크관리위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리스크관리위에서 김 부회장과 함 부회장을 제외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 때 이사회에서도 뺐다.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가 거의 없어 등기이사로서 역할이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에대해 "리스크관리위에서 사내이사가 참여함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얘기지 사내이사를 빼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사내이사 참여시 이해상충을 방지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이 리스크위에서 허 행장을 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위험관리위(리스크관리위)에 사내이사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의 독립성을 키우자는 취지로 내부 인물을 위험관리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경영진을 출석시킬 수 있어 사내이사 의견을 청취하는 통로는 열어놨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리스크관리위의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사내이사가 한 명 정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는 위원 과반 이상 다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내이사가 포함된다고 해서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는 크지 않다"며 "오히려 경영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는 사내이사들이 위원회 결정에 관여하는 게 효율적인 결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 등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사내이사가 아예 배제되며 역할이 축소되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내·사외이사간 '견제와 균형'이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전제조건인데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의 목소리가 줄어든다면 '책임경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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