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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강레오의 한 입] 닭 팔자가 상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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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늘은 부러울 정도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닭의 이야기다. 충북 청주에 방목은 아니지만 거의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만들어 놓고 닭을 사육하는 달걀 농장이 있다. 흙과 풀밭, 돌과 나무들이 자연 상태로 있어서 자연방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닭이라는 동물은 흙을 밟고 살아야 스스로를 깨끗이 관리할 수 있다. 닭도 목욕을 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닭에게 있어서 흙으로 몸 구석구석을 닦는 일은 본능이자 생명을 지키는 방법이다. 청주 달걀농장에서 닭이 흙으로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흙으로 목욕을 하는 닭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와, 정말 시원하겠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가 관찰한 닭의 흙 목욕 과정은 이렇다. 깃털 사이사이를 비집고 흙을 피부까지 바른다. 그러고 난 다음엔 흙 알갱이가 피부를 깨끗이 긁어내도록 날개 관절을 요리조리 움직인다.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실내 공간 또한 닭들을 배려해 조성했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바닥에 분변이 떨어져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쌀겨와 톱밥을 섞어 깔아 놓았다. 편안한 환경에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암막이 쳐져 있는 산란실도 따로 마련했다. 그렇게 안으로 밖으로 돌아다니는 닭들을 보고 있자니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각별한 케어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그들은 아무거나 먹고 마시지 않는다. 상상도 못 했던 퀴노아·귀리·아마씨 등 슈퍼푸드 곡물을 먹는다. 직접 담근 채소·과일 발효액과 식초 원액을 물에 희석하여 닭에게 준다. 생활환경을 세세히 살펴보고 난 그 순간 닭의 얼굴 생김새가 눈에 들어 왔다. 그 농장에 있는 모든 닭들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동물 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아버지는 집 뒷산에 약 250마리 정도의 닭을 키웠다고 한다. 아버지의 양계장도 청주 달걀농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먹일 것이 마땅치 않았고 사료도 비쌌기 때문에 집에 있는 다양한 곡물과 채소 그리고 뒷산 땅속의 벌레가 그들의 먹이였다고 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상생하는 방식이 땅과 동물 그리고 작물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청주 달걀농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청주 달걀농장의 손님도 많이 늘어났다. 덕분에 달걀은 주문하면 2~3개월이 걸린다. 좋은 달걀을 먹으려면 별수 없다. 오늘도 달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강레오 반얀트리 서울 식음 총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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