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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거번먼트 삭스' 붕괴… 트럼프 무역폭주 막을 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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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출신' 시장주의자, 게리 콘·디나 파월 잇단 사퇴]

트럼프가 능력 보고 뽑은 사람들, 정책·이념 차 못 견디고 물러나

콘 "내 능력 20%도 발휘못해… 백악관에 남을 이유 없다" 토로

美경제정책 주도권 강경파로 트럼프 예측불가능성 더 커질 듯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뜻하는 용어 '거번먼트 삭스(Government Sachs)'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 백악관과 내각의 요직을 장악했던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이제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모두 밀려났기 때문이다.

AP통신은 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 6일 사임함으로써 백악관의 '골드만삭스 사단'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 트럼프 정부 출범 당시에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선임고문 겸 수석전략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콘 NEC 위원장이 골드만삭스 출신이었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의 정치 전략과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백악관 비서실장과 재무부 장차관을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 차지했던 조지 W 부시 정부 이후 8년 만에 또 한 번 '골드만삭스 정부'가 들어선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빌 클린턴 정부 당시의 로버트 루빈, 조지 W 부시 정부 때의 헨리 폴슨에 이어 므누신까지 재무장관에 오르면서 골드만삭스 출신이 세 정권에서 모두 재무장관을 맡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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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디나 파월 당시 골드만삭스재단 이사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담당 선임고문을 거쳐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됐고,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회장이 백악관 공보국장에 올랐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광야를 떠돌던 골드만삭스가 완벽하게 워싱턴 정가로 복귀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배넌이 지난해 8월 "중국이 북핵을 동결시켜 주면 그 대가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 논란으로 백악관을 떠나면서 '거번먼트 삭스'의 균열이 시작됐다. 배넌이 경질되기 직전에는 스카라무치가 막말과 인신공격 등으로 '백악관 권력 암투' 논란 끝에 공보국장 임명 열흘 만에 경질됐다.

작년 백악관을 떠난 이들은 '권력 암투'와 '논란' 때문이었지만, 올해 떠난 골드만삭스 출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이념 차이가 주된 이유다. 이집트 태생인 파월 NSC 부보좌관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자 지난 1월 물러났다. 가장 큰 타격은 골드만삭스의 최고운영책임자를 거쳐 '트럼프노믹스'를 입안했던 콘 위원장의 사퇴다.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최근 콘 위원장의 사퇴가 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이 백악관을 좌지우지하게 됐음을 나타내는 증표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악시오스는 콘 위원장이 "내 능력의 20%밖에 쓰지 못한다. 80~90%를 쓰게 해준다면 남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동료들에게 털어놨다고 전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강경 보호무역론자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실장 등에게 밀려 경제 정책의 주도권은 이미 놓쳐버렸다는 평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드만삭스 출신 중용은 처음부터 의외였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2013년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강연료 67만달러(약 7억2000만원)를 챙긴 사실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골드만삭스가 클린턴을 완전히 조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골드만삭스 출신을 중용한 건 '능력 위주 인선'이라는 게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가난뱅이보다는 돈을 많이 번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자문하기를 원한다"며 골드만삭스 출신의 중용에 대한 비판을 방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능력'보다는 자신의 '고집'을 더 중시하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CNN은 콘 위원장 사임 다음 날인 지난 7일 "콘이 물러나면서 트럼프가 '워싱턴의 하수구를 청소하겠다'고 했던 선거구호를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거번먼트 삭스'의 침몰이 트럼프 백악관을 더욱 예측불가능한 쪽으로 몰고 가고, 개혁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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