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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한마디] 보여주기용 '연탄 나르기'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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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의 변두리에 산다. 겨울이면 골목에 줄 서서 연탄 나르기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플래카드를 붙인 연탄 트럭이 동원되고 연탄 가루가 묻을까 봐 맞춤 가운을 입고 목장갑을 낀 채 줄지어 선 사람들의 요란한 모습을 보면 늘 씁쓸하다. 조용하던 골목길은 이들의 웃음과 장난치는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서 기념사진 찍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동네 아이들과 아낙들이 나와 멀뚱멀뚱 지켜보는 가운데 다 비운 연탄 트럭 앞에서 단체로 기념 촬영을 하고 떠난 뒤에야 골목은 평온을 되찾았다. 다음 날 지방신문이나 뉴스에 그 행사 장면이 미화되어 등장한다.

할머니에게 연탄을 주고 싶으면 연탄 가게에 주문해 조용히 전달하면 연탄 배달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골목은 연탄을 줄 서서 건네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탄하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택한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연탄을 받은 할머니는 번듯한 집이 있고, 주말이면 자식과 손주들이 자가용 타고 찾아오니 그렇게 불우한 이웃도 아니다.

그날 연탄 값보다 가운과 기념 촬영비 및 직원들 식대·교통비로 더 많이 지출했을 것이다. 그 돈으로 돌볼 사람 없이 몸져누운 이웃을 조용히 찾아가 교대로 돌보거나 약값이라도 놓고 가는 게 진정한 이웃 돕기 아닐까.





[신동성·강원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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