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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자신의 약점 모르고 공부하는 건, 깨진 독에 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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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 팟캐스트 운영자 한재우씨에게 듣는 '혼공의 비결'

학원·과외보다 '혼자 공부' 중요 … 모르는 것 찾아내 완전히 이해를 … 저절로 외워진다는 생각은 착각 … 읽고 외우고 확인하는 3단계 반복 … 성취감 느끼면 공부 재미 따라와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까? 이 땅의 학생·학부모라면 누구나 가진 의문이다. 똑같이 학교에 가고 학원에 다니는데, 왜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못하는 것일까. 서울대 법학부 출신인 한재우(38·사진)씨도 고교생 시절부터 그게 늘 궁금했다.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자랐어요. 지금은 많이 개발됐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소가 논밭 가는 모습을 볼 정도로 시골이었죠. 제대로 된 학원 하나 없는 곳이다 보니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까' 늘 궁리했어요. 그땐 막연히 서울에서 좋은 학원, 명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더 쉽게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서울대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 보니 의외로 학원 많이 다닌 학생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으면 혼자 공부할 때 습관을 얘기하는 친구가 많았어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역시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궁금증이 다시 생기더군요."

한씨는 대학·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고전, 심리학, 경영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 책을 읽으며 '왜 어떤 사람은 공부를 더 잘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해답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2년 전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란 팟캐스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방송은 2년 만에 누적 청취 횟수 700만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내 생애 최고의 공부'라는 교원 직무 연수 강의도 진행했다. 그에게서 학습 효과를 높이는 '혼공(혼자 하는 공부)의 비결'을 들어봤다.

조선일보

/김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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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반드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 있다"

한씨는 공부를 '항아리에 물 붓기'에 비유하며 혼공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항아리 바닥에 구멍이 있으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쌓이지 않아요. 구멍을 찾아서 막은 뒤에 물을 부어야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멍 난 부분, 즉 자신이 모르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메워야 공부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 과정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가 없어요. 오로지 혼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학원에 다니지 말라거나, 과외를 받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학원·과외를 '혼공'보다 중시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학생 대부분은 공부를 재밌어하지 않는다. 왜일까. 한씨는 그 이유를 "혼자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부의 재미는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맛볼 수 있는데, 많은 학생이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부 과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읽는다-외운다-외웠는지 확인한다'의 3단계로 나뉜다"며 "'할 수 있다'는 느낌은 세 번째 단계 즉 '외웠는지 확인한다'를 해냈을 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두 번만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고 공부의 재미를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공부하게 돼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렇게 혼자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읽고 외우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더 좋은 문제집, 더 좋은 학원만 찾아다닐 뿐이죠."

한씨는 "누구나 반드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바로 '탐색-반복-피드백'의 3단계 공부법이다. ▲내가 모르는 부분을 찾아내고(탐색) ▲그 부분을 알 때까지 다시 공부하고(반복)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는(피드백) 것이다. 처음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는 당연히 수업이나 강의가 유용하다. 전부 모르는 내용이므로 개념이나 구조를 쉽게 설명하는 강의를 들으면서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어려운 개념이나 이해 안 되는 내용 등을 알 때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강의를 반복해 듣다 보면 저절로 이해되겠지'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겠지'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피드백'도 어렵지 않다. 학원 강사 도움 없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 덮고 공부하기'다. 한씨는 "방금 공부한 부분, 지금 막 외운 단어를 손으로 가리고 무슨 내용인지 말해 보라"고 했다. "단언하건대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은 '아는지(외웠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탐색-반복-피드백'의 과정을 충실하게 했을 뿐이에요. 이해 안 되는 내용을 붙들고 늘어지고, 모르는 부분이 생각나면 즉시 책을 찾아보며, 머릿속에 잘 들어갔는지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면 누구든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절로 외워지는 것은 없다"

공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외부 자극을 뇌 속의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면 우리 뇌의 저장 원리와 과정을 알아야 한다. 뇌 과학자 제임스 줄(James Zull)에 따르면,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은 ▲구체적 경험 ▲성찰적 관찰 ▲추상적 가설 ▲활동적 실험의 4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뇌가 시각·청각·후각 등 외부 자극을 경험하고(구체적 경험), 이 경험을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와 비교하며 새로운 자극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성찰적 관찰). 그런 다음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면서 '이 말은 이런 뜻인가' 등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추상적 가설), 가설이 옳은지 행동으로 옮겨서 확인하는 과정(활동적 실험)을 거친다는 뜻이다. 이러한 4단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떤 정보가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

한씨는 "이러한 4단계 과정 가운데 많은 학생이 특히 '성찰적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경험이 일어날 때 성찰적 관찰을 하려고 애쓰는 것이 바로 '집중'이에요. 책을 읽거나 수업을 들을 때 뇌 속에서 '이 부분은 지난번 배운 내용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같은 생각을 부지런히 해야 해요. 그렇게 집중하는 만큼만 기억 저장 사이클에 들어가거든요. 교과서를 볼 때도 지금 읽는 내용이 몇 페이지의 어떤 내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등을 계속 찾아보면서 정보를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이렇게 공부하면 진도가 거북이처럼 느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느리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온전히 따라야 결국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씨는 학부모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진도에 연연하지 말 것'과 '(아이가 원하지 않는) 학원 다니는 시간을 줄일 것'이다. 한씨는 "학원에선 '진도'만 중시해 학생·학부모를 불안하게 한다"며 "그러나 공부에서 진짜 중요한 건 진도가 아니라 '성취'"라고 강조했다. "제가 '공부는 혼자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어떤 부모님은 빼곡하게 짜인 아이 학원 스케줄에서 하나를 빼고 그 시간을 혼자 공부하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렇게 해선 효과가 없습니다. 학원을 다 정리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다음, 아이에게 필요한 학원 한두 개를 선택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죠. 그러려면 부모님이 먼저 혼자 하는 공부의 효과와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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