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벌어진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 주변국은 환영을 나타내면서도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선 북-미 관계 급진전으로 전통적 중국의 대북 역할이 미국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중국 주변화’ 우려가 나온다. 일본에선 남북미 논의 과정에서 일본이 제외되면서 ‘저팬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내세워 “평정심을 갖고 굳은 신념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이 주변화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일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가 하면, 북한이 핵사찰을 받게 될 경우 초기 비용을 일본 정부가 부담할 방침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 같은 북-일 현안이 다뤄지도록 미국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의 주변국 연쇄 방문은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고 향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 변화에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노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총리와 잇달아 통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겐 그간의 대북제재 협조에 감사하며 계속적인 역할을 주문했고, 아베 총리는 북-미 대화에 ‘매우 열광적’이라고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전격 수용에 대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북한과) 최고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북, 북-미 대화를 통해 구체화될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맞물려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으로 시작해 핵시설 동결과 검증, 완전 핵 폐기에 이르기까지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대북제재 해제와 북-미 수교라는 관계 정상화 과정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일 수교와 한미동맹 재정립, 주한미군 지위 같은 문제들은 북-미 합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새 질서는 주변국의 동참과 합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진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주변 열강의 패싱이란 있을 수 없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