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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15년 쌓은 비상금 투입, 경제 혁신 돌파구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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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홍콩 정부는 2018~2019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전통적인 긴축 기조에서 벗어나 홍콩 경제와 미래를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폴 챈 홍콩 재무장관은 "걷잡을 수 없는 변화와 혁신의 흐름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면서 "홍콩 정부는 홍콩 경제의 새 지평을 위해 선제 조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이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홍콩 정부는 지난 15년간 흑자를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인지세(印紙稅)와 소득세(profit tax)가 많이 걷힌 덕분이다. 지난해 1380억홍콩달러의 재정 흑자도 애초 예상의 8.5배에 달하고, 홍콩 정부의 재정유보금은 1조920억홍콩달러(약 149조2000억원)에 이른다. 재정수입 대부분이 주식과 부동산 등 경기에 민감한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비상금을 두둑하게 쌓아둔 것이다. 이랬던 홍콩 정부가 올해부터는 재정 지출을 늘려 홍콩 경제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로 했다. 우선 법인세부터 낮추기로 했다. 법인 소득 2000만홍콩달러(약 27억원)에 대해 현재 법인세율(16.5%)의 절반 수준인 8.5%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한 소득에만 현행 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첨단 산업 육성에만 500억홍콩달러(약 6조8000억원)를 투자하고, 이 중 200억 홍콩달러는 선전시와 공동으로 선전-홍콩 경계지역인 록 마 차우에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하이테크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홍콩 내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더 파격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애널리스트 에그네스 챈은 "R&D 투자에 세액 공제를 해주는 방식을 넘어 싱가포르처럼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배준용 특파원(junsa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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