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 경제산업부 기자 |
아시아투데이 김병훈 기자 = 산업은행이 지난주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에 매각한다고 발표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당시 산은은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파국은 법정관리, 즉 기업청산을 의미합니다. 앞서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의 존속가치는 4600억원 수준으로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노조는 산은의 결정에 대해 “더블스타에 팔리느니 법정관리가 낫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더블스타가 자금 회수를 마친 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생산성이 낮은 공장을 폐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과거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기술만 확보한 뒤 발을 뺐던 것처럼 ‘먹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초 산은 등 채권단 자율협약 또는 국내 기업으로의 매각을 기대했던 노조는 결국 산은의 결정에 분노하며 고공농성과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15일에는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면서 금호타이어 사태는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습니다.
만약 노조가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강행하면 매각 없이 회생할 수 있을까요. 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경쟁 업체 수준으로 자구노력을 이행하더라도 존속가치는 1조1905억원으로 청산가치보다 1575억원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고통분담을 통한 자구노력 이행 시 존속가치가 근소하게 높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노조가 금호타이어의 적자 전환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는 데다 최근 강경 투쟁을 선포하면서 채권단이 요구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금호타이어가 최근 3년간 194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3%에 달했습니다. 특히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2015년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3월부터 지속된 진흙탕 매각전으로 브랜드 가치마저 추락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타이어 산업 특성상 인력 수급 문제는 물론 더블스타를 제외한 매각 상대를 찾기란 현재로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이달 말 ‘운명의 날’을 앞두고 있습니다. 채권단이 최근 더블스타와 6463억원 규모의 투자약정을 체결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한 데 이어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회사를 미래 계속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해외자본 투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조의 반대로 매각 적기를 놓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노조는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통해 생산성을 회복하고 채권단은 철저한 시장논리 아래 이번 사태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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