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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6월 개헌 물건너가나…丁의장 "지방선거때 동시투표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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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동시투표를 실시할 것을 다시금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세균 국회의장은 '시기조율'이라는 차선책을 낼 것을 주장하면서 개헌 시기를 미루더라도 개헌의 주도권은 국회가 가져올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각 당의 입장차가 선명한 상황이어서 여야 합의안 마련조차도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6월 국민투표도 부치지 못한 채 정권 중반으로 가면서 개헌이 '유야무야'되는 상황도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회동을 가지면서 "6월 개헌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과 함께한 약속"이라며 "국회에서 노력해야 하지만 국회 단일안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대로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에 강한 의지를 다시금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 개헌안 발의에 부정적 입장을 전한 야당 대표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개헌안 논의는) 국회가 우선이긴 해도 국회가 안 하면 정부가 준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헌은 일종의 국정의 블랙홀과 같은 것이고 그래서 얼른 마무리 짓고 다른 국정에 전념해야 되는데 이번 지방선거(동시투표)를 놓치면 개헌 모멘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실상 국회 개헌안 마련을 재촉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정 의장은 같은 날 '개헌 시기 조절론'을 주장하면서 국회 합의안 마련을 주문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 열린 KPF포럼 '개헌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의 동시투표 가능성을 매우 높지 않게 보고 있다"며 "현실적으로는 합의를 빨리 이뤄 지방선거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안된다면 차선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만약 시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개헌안에 대한 합의라도 빨리 이뤄서 그걸 가지고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개헌은 정부가 아닌 국회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기에 중점을 두는 반면 정 의장은 발의 주체를 중요하게 보는 시각차가 있는 셈이다.

정 의장이 6월 개헌을 두고 차선책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개헌 시기를 앞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 때문이다. 또 3월부터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간 점이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연루 사건, 4월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잇달아 열리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이 개헌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분산되며 6월 개헌 동력이 상실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6월 개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원론적으로 9월 개헌 등 다양한 옵션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는 수준으로 봐달라"고 했다.

사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부 발의안을 내놓기가 마땅하지 않다. 3월 중순 정부의 개헌 발의를 강행하면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오는 13일 개헌 자문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은 모두 대통령 발의안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 정부 개헌 발의 시 "청와대가 무리한 개헌을 추진했다"며 여론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당론으로 정한 '6월 개헌 추진'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6월 개헌 추진이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개헌을 미루는 것을 논의하기엔 아직 시점이 너무 이르다"고 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안 추진 불가'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기에 대해선 목소리가 다르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국회 주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주도 개헌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6월 동시투표를 쉽게 포기할 때는 아니다"며 "3월 말까지만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할 수 있으면 협상을 해나가면서 국회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안이 나오더라도 실제로 국회에 제출할 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10월 전 개헌 투표를 주장하면서 6월 동시투표를 반대한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큰 틀에서 뜻을 함께한다. 한국당은 "4년 중임제 절대 불가"라며 이원집정부와 내각제 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은 또 선거구제 개편을 개헌과 함께 합의하기를 바라는 상황이어서 각 당의 셈법이 모두 다른 상황이다.

[김효성 기자 / 박태인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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