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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노조 '해외매각 반대' 고집땐…금호타이어 법정관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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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銀, 中 더블스타에 매각 추진

"금호타이어 中사업장 정상화 않을땐

채권단 추가지원, 밑빠진 독 물붓기"

지역사회 여파보다 기업 현안 고려

한국GM, STX조선·성동조선

정부·채권단 추가지원 여부 '안갯속'

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밀었다. 회사 회생의 유일한 희망이 매각에 있다고 보고 노조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개별 기업 현안에 근본적 해법을 내놓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방침이 앞으로 한국GM,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 등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금호타이어 중국법인 정상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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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지난 2일 공개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 방안’은 정부와의 의견 조율을 거쳐 최종 발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공개한 처리 방안의 핵심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블스타는 올해 상반기 중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총 6463억원을 투자해 주당 5000원에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인수할 계획이다.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이다. 반면 산은 등 8개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채권단 지분은 현행 42%에서 23.1%로 내려간다.

산은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매각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은 이 방법 말고는 회사를 살릴 뾰족한 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부실의 중심에는 중국 사업 부진이 있다. 금호타이어는 2006~2008년 중국 남경·장춘·천진 등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그룹 내 합병·분할 등으로 신규 투자 기회를 잡지 못했다가 뒤늦게 신(新)시장 진출에 뛰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2006년 말 2조원 수준이었던 회사 차입금은 2009년 말 3조6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이나 불어났다.

문제는 중국 투자가 본사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것. 특히 2011년 중국중앙방송(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3·15 완후이(晩會)’가 금호타이어의 재생고무 사용 실태를 대대적으로 방영하며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등 채권단 공동 관리를 추진할 경우 1조5000억~1억8500억원의 대규모 신규 자금 및 출자 전환을 통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신규 자금 중 약 7500억원이 중국 지원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법인 정상화를 담보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사업장 정상화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다. 따라서 중국 현지 기업인 더블스타의 인수가 최적의 대안이라는 것이 채권단 진단이다. 더블스타를 앞세워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을 되살리겠다는 논리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 매각에 계속 반대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 수석부행장은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해외 공장 문을 닫고 내수 위주 타이어 회사로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거기에 필요한 유동성은 누가 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 지난 정부에서의 한진해운처럼 법정관리와 파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STX조선·성동조선 컨설팅 보고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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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채권단 결단이 의외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로의 매각 만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서다. 한국GM 철수 사태로 해외 기업의 ‘먹튀’ 논란도 재점화한 상태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팔렸다가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른바 ‘쌍용차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은 이런 반대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금융 논리뿐 아니라 산업 측면, 지역 사회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새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과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맞춤형 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진행할 한국GM, STX·성동조선해양 등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에도 이 같은 방침이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새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고용 등을 고려해 이해 관계자 희생보다 지원을 우선하리라고 전망해 왔다.

특히 코앞에 닥친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이 초미의 관심사다. 당초 STX, 성동조선 모두 추가 지원을 통해 살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금호타이어 매각 결단에 비춰보면 전망은 안갯속이다. 15만여 명 일자리가 걸린 한국GM과 달리 두 조선사는 고용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정부는 5일 두 조선사 명운을 가를 외부 컨설팅 보고서를 보고받고 이르면 오는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처리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인력 규모나 보수 등을 볼 때 두 회사가 지금 상태로 생존 방안을 모색하긴 어렵다”며 “컨설팅 결과 두 조선사를 청산하는 게 낫다고 나오더라도 정부 회의 과정에서 결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그 반대로 결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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