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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현장에서]산은, 금호타이어 처리방안에 법정관리 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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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산업은행이 지난 2일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을 주제로 기습적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총 8쪽 분량의 간담회 자료도 함께 배포했다. 자구안 합의를 놓고 사측과 노조와의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기자간담회를 연 자체도 파격적이지만 자료의 내용도 시쳇말로 ‘소장각’이라 불릴만큼 이례적으로 세세했다. 평소의 산업은행과 다른 공격적 행보이고 행간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디테일이었다.

산은이 배포한 자료중 4쪽은 금호타이어의 부실화 원인에 대한 대내외적 여건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으며 나머지 4쪽에선 실사 결과와 채권단체제 하에서의 정상화 가능성, 외자 유치 조건, 인수자의 향후 정상화 전략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부실화한 주요 원인에 대해선 타사 대비 높은 생산직 임금에 따른 높은 매출 원가율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이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하락하고 이는 다시 고정비 증가와 원가 경쟁력 하락이라는 악순한을 야기한다고 지목하고 있다. 이같은 열위한 경쟁력과 악화한 재무구조 등으로 금호타이어의 청산가치는 1조원에 달해 계속기업가치 460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자구안을 이행하더라도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575억원 많아지는데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채권단 체제하에서는 정상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신규자금 및 출자전환을 통한 추가 지원이 자율협약의 경우 1조8500억원(출자전환 7722억원/신규자금 1조800억원), 워크아웃이 1조5000억원(각각 6579억원, 8400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규자금 중 7500억원은 중국지원에 쓰이고 그럼에도 중국법인 정상화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에 대해선 과다한 관리인(DIP) 신규자금 규모(일반자금 5000억원, 외상수출어음(D/A) 3000억원)로 채권단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외자유치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의 협상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며 더블스타가 제안한 비전과 운영계획의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재협상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더블스타로 매각시 금호 브랜드는 프리미엄급 타이어 브랜드로 더블스타는 중저가 브랜드로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하는 각자 브랜드 전략도 공개했다. 매각 조건도 세세하게 밝혔다. 주당 5000원에 제3자배정 유증으로 더블스타는 6463억원을 투자하고, 지분율은 더블스타가 45%, 채권단은 23.1%로 바뀐다. 이밖에 △고용조건 △매각제한조건 △선행조건 △채권단 신규 차입금 투입 규모(2000억원)까지 모두 나열했다.

금호타이어의 현안과 관련한 거의 모든 내용을 공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수합병(M&A) 절차 관행은 물론 산은의 과거 행보와 비교해도 매우 파격적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기자간담회 배경을 설명했지만 최근까지도 채권단이 엄포를 놨던 ‘법정관리’ 방안과 관련해선 자료 어디에도 어떤 언급도 없다는 점에서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법정관리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이대현 수석 부행장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자구안에 한 달 안으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안은 없으며 유동성 상황을 감안할 때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아울러 “현재 금호타이어의 유동성이 1개월을 버티기 힘들고 해외 사채권자들의 상환요구 등으로 인해 회사의 유동성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법정관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는 소리다.

의도가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이번 기자간담회는 노조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법정관리라는 강경책을 뒤로 숨기고 표면적으로는 더블스타로 매각하면 살아날 수 있으니 ‘제발 협조하라’는 읍소이지만 다른 말로는 노조의 반대에도 해외 매각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하며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노조 압박용 기자간담회라고 읽히는 이유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조는 곧바로 고공농성과 파업돌입으로 맞받았다. 노사 합의를 위한 한달의 연장 시한을 줬지만 금호타이어의 미래는 여전히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암전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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