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단지도, 기존 재건축 단지도 거래 '올스톱'
연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부담금 공개로 기존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해서는 '부담금 공포'를 극대화하고, 30년 재건축 연한을 채웠거나 임박한 곳은 안전진단 강화 발표로 재건축에 대한 초기 기대감을 꺾는 정부의 '투트랙' 전략이 먹힌 결과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5∼6일 안전진단 강화를 골자로 한 행정예고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목동·송파·여의도 등지의 준공 30년 안팎의 단지들에서 일부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 "재건축 힘드나"…목동·송파·노원 등 매수문의 뚝
안전진단 강화를 골자로 한 행정예고가 지난 2일로 종료되고 시행일이 임박한 가운데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아파트 단지에는 거래가 뚝 끊겼다.
"가격이 얼마나 내렸나?"라며 시세를 물어보는 매수문의만 있을 뿐, 아직은 가격을 낮춘 매물도 없기 때문이다.
목동 신시가지 3단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안전진단 강화방침 이후 추가로 나온 매물도 없고 가격도 그대로여서 거래가 안된다"며 "대기자들로부터 1억원 정도 떨어지면 연락 달라는 문의전화만 걸려 온다"고 말했다.
목동 11단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3월 말 잔금 조건의 급매물이 최근 시세보다 낮게 하나 팔렸고 나머지 매물들은 호가가 그대로여서 거래가 안 되고 있다"며 "매수자들도 싼 매물이 있는지 간 보기만 할 뿐 달려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선 조만간 안전진단 강화가 시행되면 일부 실망 매물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목동 5단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안전진단이 까다로워지면 그만큼 재건축도 늦어질 테니 매물이 늘긴 할 것"이라며 "다만 어차피 안전진단 악재가 없었어도 여기가 당장 재건축이 되는 곳도 아니고 실수요자도 탄탄한 곳이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는 매물이 조금씩 증가하는 가운데 매수문의가 자취를 감췄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용면적 136㎡ 급매물이 시세보다 5천만원 낮은 15억5천만원에 팔린 뒤로는 거래가 없다.
문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민들이 안전진단 강화 조처에 항의서한을 모으는 등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역부족"이라며 "그동안 가격이 오르면서 들어갔던 매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재건축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안전진단 악재가 터져서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며 "매물도 많지 않지만 매수세가 없어서 당분간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용역업체 계약을 서두르고 있는 단지들도 행정예고 시행이 빨라질 것이라는 소문에 눈치 보기가 극심하다. 6일께 안전진단 용역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잠실 아시아선수촌, 강동구 명일동 신동아 아파트 등지가 대표적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단 안전진단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매물이 없는데 안전진단 피해갈지가 불투명하다 보니 매수문의도 없다"며 "바뀐 제도가 시행돼야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안전진단 기준강화 결사반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3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앞에서 양천발전시민연대, 목동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재건축안전진단 기준강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 지은지 30년 안팎의 단지들은 '차기 재건축 수혜주'로 꼽히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정부의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로 순식간에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18.3.3 saba@yna.co.kr (끝) |
◇ 기존 재건축 단지도 '거래 동결'…1억∼2억원 싼 매물도 안팔려
안전진단 이슈와 무관한 기존 재건축 단지도 매수문의가 뚝 끊긴 채 거래가 안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데다 가격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도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9일 조사에서 0.98%까지 올랐으나 2월 23일 조사에선 0.15%, 이달 2일 조사에서는 0.22%를 기록하는 등 오름폭이 많이 둔화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최고가 대비 1억5천만원 싼 15억원에도 매물이 안 팔리고 있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재건축 부담금 때문에 매수자들이 쉽게 달려들지 않는다"며 "매수문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재건축 부담금 걱정에 매수세가 거의 없다.
반포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들도 정부가 무슨 꼬투리를 잡고 서류를 반려할지 몰라서 1억∼2억원 싼 매물도 거래가 안된다"며 "부담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까지는 팔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기존 재건축 단지들은 초과이익한수제 부담과 가격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관망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주 초로 예상되는 안전진단 강화 시행이 재건축 시장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진단 강화가 시행되면 그동안 주민 반발 등으로 지켜보던 실망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보유세 강화 논의도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가격이 예전만큼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4월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면서 거래 동결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안전진단 강화로 타격을 입은 곳에서 일부 매물이 나오겠지만, 실수요자들이 많은 곳이고 양도세 중과 때문에 나오는 매물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이 살짝 조정되더라도 양도세 문제로 버티기에 들어가는 집주인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sms@yna.co.kr,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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