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한 뒤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상황입니다. 사실상 재건축 사업 추진이 막혔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안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의 재건축 주기는 우리보다 두배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분별한 재건축 사업추진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인데요. 자세한 얘기 경제산업부 정창신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침을 내놓은 뒤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죠.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허용 연한인 30년이 지났지만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가구는 10만4,000여 세대에 달합니다.
보통 재건축 사업은 일시적으로 집값이 수억원씩 상승하는 등 호재로 작용하는데요. 집주인들 입장에선 재건축 요건을 채우면 허물고 새로 지어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준공된 지 30년 된 낡은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들은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를 보면 지하주차장이 없는데요. 이렇다 보니 지상 주차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차량이 다닥다닥 붙어 주차하다 보니 만약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겁니다.
이번에 정부가 개선한 안전진단 기준에서 ‘소방활동의 용이성’은 주거환경 평가 항목 중 하나인데요. 이 비중이 기존 40%에서 15%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반면 구조안전성 평가는 기존 20%에서 50%로 높아졌는데요. 구조안전성 평가엔 건물 기울기, 침하, 콘크리트 강도, 철근 부식 상태 등을 평가합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 자체에 큰 문제가 없다면, 사람이 사는데 문제가 없다면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양천·강동·노원·송파·영등포 재건축 연대는 정부 민원을 비롯해 소송 등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재건축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제동을 걸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인건데요. 사는데 문제가 없다면 주변 여건 등은 개선해가면서 살수도 있을 텐데요. 해외에선 재건축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사에 따르면 영국 아파트 재건축 주기는 77년, 미국은 55년입니다.
우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준공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재건축 기간이 상당히 짧은 겁니다.
우선 영국의 주거 문화는 소유보다는 임대 개념이 큽니다. 도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발달했는데요. 공공임대주택이 전체의 80% 가량이고 20%는 개인임대주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영국은 우리처럼 재건축 허용연한이 없는데요. 낡은 주택을 재건축 할 때 비용을 먼저 따집니다. 재건축 비용보다 유지·보수비용이 적으면 고쳐 살고, 반대면 철거한단 뜻입니다.
미국은 공중위생,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을 우선 따집니다. 기준 점수 미달주택은 보수하거나 철거하는데요. 미국은 기본적으로 사유 재산에 대해 정부 규제가 거의 없습니다. 재건축 허용연한 역시 없습니다.
[앵커]
우리만 재건축 허용 기준을 정한 건 이 시기가 지나면 위험하기 때문인가요. 국내는 재건축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는 30년이 지났다고 위험한 건 아닙니다.
업계에 따르면 콘크리트로 시공된 아파트의 경우 70년 이상 거주 가능합니다. 관리만 잘하면 100년도 살 수 있다는 건데요.
국내에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준공된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 조례로 정하는 기간이 지난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9·1대책을 통해 재건축 가능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재건축 활성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개정 전 시행령에서는 ‘준공된 후 20년 이상의 범위’로 하한 기준만 제시해 재건축 가능 연한을 시·도가 정하도록 했지만, 개정 후에는 ‘준공된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로 상한 범위를 추가한 겁니다.
이에 따라 재건축 허용 연한 기준이 사실상 30년으로 제한됐습니다. 또 재건축을 하기 위해선 안전진단을 받는데요.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를 따져 재건축 승인을 내줍니다.
이때 항목별 가중치를 따집니다. 준비한 표를 보면서 설명하면요. 이번에 정부가 개선한 구조안전성 비중이 가장 큽니다. 50%죠. 다음으로 설비노후도 25%, 주거환경 15%, 비용편익 10% 등입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주장하는 주차장 부족이라든지, 화재시 소방차 진입도로가 좁아 대처가 어려운 점 등은 모두 주거환경에 속하는데 이 비중이 낮기 때문에 재건축 승인을 받기 힘들게 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을 하면 즉시 미래가치가 반영됩니다.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 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수억원씩 집값이 오르고 집주인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단 소립니다.
[앵커]
정부에서도 100년 거주가 가능한 장수주택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죠.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LH는 세종시 2-1생활권에 오래 살 수 있는 장수명 주택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한 채를 짓는데 1억5,000만원 가량의 건축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본 건축비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고 낡은 배관을 교체하기 쉽게 만들거나, 내벽을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겁니다.
실증사업은 14개동 1,080가구의 10년 공공임대주택 중 2개동 116가구를 대상으로 처음 적용했고요. 현재 15층 짜리 아파트 2개동은 3층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기존 건축비와 비교해 105% 내에서 가변형 벽체 등을 적용해 설계됐다는 게 LH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 아파트는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장수주택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면 민간으로 이 건축 방법이 확산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창신기자 csjung@sedaily.com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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