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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엑's 인터뷰] '골든슬럼버' 노동석 감독 "새로운 도전…앞으로 더 고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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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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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노동석 감독이 영화 '골든슬럼버'를 통해 밝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마이 제너레이션'(2003)과 2006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연출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노 감독은 첫 상업 영화 도전을 통해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가야 할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가게 됐다.

배우 강동원, 김의성, 김성균, 김대명 등이 출연한 '골든슬럼버'는 지난 해 1월 촬영을 시작해 5월 크랭크업 후 후반작업을 거쳐 지난 2월 14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성실한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 분)가 도주하며 펼쳐지는 흐름 속에서는 숨 가쁜 긴장감이, 또 건우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故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 '힘을 내' 등과 어우러지며 잔잔한 따뜻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골든슬럼버'라는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까지 빛이 반짝이는 도심의 모습을 멀찍이서 비춘 뒤 이 화면이 뒤집히며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노 감독은 "오프닝에서 도시가 뒤집어지는 느낌은 '이제부터 영화가 시작됩니다'라고 알리는 것이죠. 그리고 한 사람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정반대로 뒤집혀지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부분이기도 해요"라고 설명했다.

암살범으로 몰려 쫓기는 건우의 도주극과 친구들과 함께 했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노 감독은 "편집을 여러 버전으로 작업했었어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할 수 있는 적절한 편집점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여기에 음악의 선택과 CG 작업 등에도 더욱 공들였고요. 최근 상업영화들에서 VFX라고 하는 특수효과의 비중들이 점점 높아지고 있잖아요. 제게는 이런 부분도 새로운 도전이었죠.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떠올렸다.

일본의 인기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골든슬럼버'는 2010년 일본에서도 영화로 개봉됐다. 강동원이 제작사에 직접 리메이크 제안을 해 8년 만에 영화로 탄생하게 된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노 감독은 "제가 '골든슬럼버'에 집중한 것은 정확히 2년이다"라며, 이를 한국 관객들의 감성에 맞게 조율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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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관계 같은 부분을 영화 안에서 보여줄 시간이 사실 길지 않았거든요. 제한된 시간 안에 사건 해결을 위한 이야기 라인 안에서 이 부분 역시 표현해야 했고요. 그래서 대중이 봤을 때 이들의 느낌을 빨리 캐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밴드 활동을 했다는 설정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그때 연습곡으로 많이 썼을 법한 '그대에게' 같은, 신해철 선배님의 음악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신해철 선배님의 음악이 주는 애틋함 같은 것들, 한국적인 정서를 기저에 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속에는 비틀즈의 '골든슬럼버(GOLDEN SLUMBER)'의 제목과 같은 '골든슬럼버' 노래가 바탕에 깔린다. 가수 강승윤과 이하이, 언노운드레스가 참여해 색다른 감성을 더해냈다.

"비틀즈야 워낙 유명한 그룹이지만, '골든슬럼버'라는 노래가 사실 대중에게 낯익은 노래는 아니잖아요. 또 우리의 언어로 불린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강승윤 씨와 이하이 씨처럼 우리 가수들이 노래를 잘 불러줘서 대중이 좀 더 쉽고 편하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요."

작품을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노 감독은 "각자 자기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신사적인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웃으면서 "감독에게는 아무래도,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면 배우 생각이 제일 많이 나는 것 같네요. 가장 직접적으로, 화면에 보이는 존재들이잖아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의 느낌들도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현장이 줬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고된 노력 끝에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그 과정들이 많이 생각났어요"라고 말했다.

'골든슬럼버'를 이끌어 간 강동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배우들에게 세부적으로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전체적인 느낌들만 공유하고, 할 수 있는 어떤 장을 열어두는데 건우 캐릭터도 (강)동원 씨가 완급 조절을 너무나 잘 해주셨죠. 암살범으로 몰리면서 광화문 한복판을 뛰어가는데, 동원 씨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건우 같다'는 탄성이 나왔어요. 조금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닥친 엄청난 일에 어찌할 줄 모르는 그 모습이요. '조금 손해보고 살면 안 되냐'고 말하는 건우의 대사도, 자칫하면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설교조가 될 수 있는데, 동원 씨가 잘 표현해줬고요."

김건우와 실리콘, 1인 2역을 소화한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이것이 굉장히 장르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처음 제안 받은 시나리오에도 실리콘에 대한 묘사가 있었고, 저도 후반부에 건우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1인 2역을 대중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흥미로울 수 있는 지점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액션 장면도 꽤 공들여서 연출했어요. 사실 1인 2역이라는 것이 외국영화는 물론이고 한국영화에서도 간간이 나왔지만, 저희는 이것에서 하나 더 나아갔어요. 1인 2역이 실제 몸이 접촉하는 영상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 작업 과정에도 난도가 좀 있었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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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예고편에서 공개돼 궁금증을 낳았던, 세상에 맞서 싸우기로 한 건우가 바다에서 헤엄쳐 돌아오는 장면이 본편에서 편집된 이유도 언급했다.

"편집하면서도 있었던 고민들인데, 저는 속도감 쪽을 택했던 것 같아요. 동원 씨가 추운 겨울 바다 속에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죠. (모든 과정을) 다 짚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관객 분들이 그 빈 공간을 채워주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이것보다 그 다음을 더 궁금해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노 감독의 새 작품을 만나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고민 끝 새 작품을 내놓게 된 마음을 전한 노 감독은 "영화 쪽 일을 하다 보면 아주 흔한 것은 아니지만, 또 프로젝트 하나를 준비하다가 잘 안되고 하면 3~4년은 금방 가거든요. 그러다 또 '어떤 얘길 해볼까' 고민하다 보면 시간이 가고.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하며 "슬럼프라고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지만 그것도 초반에 몇 해가 그렇지, 어느 정도 되면 초월 단계가 되는 것 같고요"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또 "혼자서 배우고 습득해 축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평소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작업하는 동안 매 순간순간을 즐기려 노력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왔다.

'영화 이외에 자신의 삶을 더 즐겁게 하는 일을 아직 잘 못 찾고 있다'고 말한 노 감독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 더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없어서 계속 영화를 찍어야 되는 것 같아요. 영화를 해야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면서 나이도 먹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 같은 것도 조금씩 변한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겪는 변화를 저도 겪었던 것 같고, 그 나이에 할 법한 고민들을 거쳤고요. 그래서 저의 예전 영화와 지금 영화가 다르다고 하시는 분이 혹시 있다면, 시간이 흐른 만큼 그 변해 온 과정이 담긴 게 아닌가 싶어요. 자연스럽게 '골든슬럼버'라는 영화를 정리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굉장히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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