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합의’ 명문화 수용 못 해”
고통분담 자구안 도출 불발
6월 지방선거 부담 겹쳐
채권단 운신의 폭 좁아
산은 “3월2일 기자간담회서
향후 처리방안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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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사가 채권단이 수용할 만한 고통분담 자구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으나, 채권단은 1조3천억원의 채권행사 유예 기간을 한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까지 언급했으나 일단 한발 물러선 셈이다. 6월 지방선거 부담과 제너럴모터스(GM) 먹튀론 이슈화에 발목이 잡힌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28일 오후 산은 등 채권단은 실무자협의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채무상환 유예를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한달 더 미루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사가 자구안에서 잠정 합의한 수준이 애초 채권단이 요구한 기준에 많이 미흡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시한을 또다시 미루면서 채권단은 사실상 한달짜리 채권행사 유예를 세번째 거듭하는 모양새가 됐다. 광주광역시와 전남 곡성 등에 국내 공장을 둔 금호타이어는 광주·전남 지역 일자리와 지역경제 문제를 안고 있다 보니 현 정부 구조조정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되곤 했다. 최근 사태 전개는 이 부담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애초 채권단은 지난해 9월말 가장 느슨한 구조조정 방식인 자율협약을 시작하고 석달간 실사를 거쳐 12월 안에 최종 처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통분담 자구안에 노조 동의를 얻어내는 데 실패하면서 지난해 연말이었던 채권 만기를 올해 1월말로 미뤘다. 피플랜(P-Plan·초단기 법정관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드로 노조를 압박했지만 합의는 여전히 여의치 않았다. 결국 외부자본 유치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올해 말까지 채권 만기를 연장해 시간을 벌기로 했다. 다만 2월26일까지 적정한 자구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만기연장 효력을 상실시키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시한을 이틀 넘기면서까지 이어진 합의 도출 시도는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사업장 부실, 국내 시설 노후화와 낮은 생산성, 유동성 부족이 핵심 문제다. 산은은 외부자본 유치 방침을 세운 뒤 중국 사업장을 살릴 만한 경영 주체를 찾는 데 공을 들여왔다. 이에 지난해 매각협상이 결렬된 중국계 더블스타가 외부 자본유치 대상으로 유력하게 떠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조가 외국자본 유치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자구안 합의는 더더욱 꼬여버렸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도 파국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더블스타 같은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법정관리가 낫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엔 최근 지엠 사태로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진 점도 작용했다.
이에 지난 26일 밤 산은은 “향후 해외투자 유치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을 노조 앞에 제안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에는 법원 절차도 포함돼 있다”며 압박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쪽은 “외국자본 유치 시 노조 ‘합의’ 요건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때 채권단과 노조는 ‘협의냐, 합의냐’를 두고 간접 경로를 통한 협상에서 의견접근을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노조가 자구안에 이를 명문화하길 요구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럴 경우 산은은 향후 자본유치 협상에서 선택지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산은은 3월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처리 방향을 밝히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외국자본 유치를 둘러싼 논란 등을 가능한 한 투명하게 밝히고, 노조와 지역사회를 설득해 나간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 부담까지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구조조정 속도를 내자고 목소리를 높일 주체가 없는 등 채권단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정세라 박수진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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